구글 경량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레오 고' 새변수3억대 시장 선점 '정조준'… '저성장' 기조 타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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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8'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함께 100달러(약 11만원) 이하 초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확인된 자리였다.비록 삼성 갤럭시S9, LG V30S 씽큐 등에 묻혀 높은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아프리카·남미·인도 등 이머징마켓을 공략하기 위한 업체간 물밑 작업이 치열했다. 특히 전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의 초경량 OS를 탑재한 초저가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구글은 이번 MWC에서 '안드로이드 고(Go)'가 탑재된 초저가폰 알리기에 집중했다. 안드로이드 고는 구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경량형 OS로 100달러 이하 초저가형 디바이스에 맞춰 성능과 스토리지, 보안 기능이 개선됐다.초저가폰과 프리미엄폰은 다양한 스펙 차이가 있지만 메모리 성능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인다. 프리미엄폰이 평균 4GB 이상의 메모리를 탑재하는데 반해 초저가폰의 메모리는 1GB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 고에 더 적은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면서도 더 많은 스토리지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실사용자들의 불편을 일부 극복했다. 또 낮은 성능의 하드웨어에서도 실행되도록 최적화 된 앱만 표시하는 등 사용자 편의를 높였다.안드로이드 고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초저가 스마트폰을 제작하는데 힘을 실어줬다. 올해 MWC에서만 노키아, 레노버(모토롤라), TCL-알카텔, 마이크로맥스 등 6개 업체가 안드로이드 고를 탑재한 100달러 이하 초저가폰을 선보일 정도였다. TCL-알카텔을 제외하면 모든 업체들은 연간 출하량 1000만대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초저가폰은 낮은 가격만큼 수익성도 낮다. 하지만 저성장기조에 빠진 시장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대안으로 떠오른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스마트폰 연간 성장률은 2010년 71%까지 증가했지만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2013년 41%를 거쳐 지난해 1.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50달러(약 16만원) 이하 초저가폰의 경우 10% 후반대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3억대에 이르는 피처폰도 이같은 움직임에 한 몫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전세계 휴대폰(약 20억대)의 15%에 해당하는 3억대가 피처폰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피처폰은 2010년 이후 빠르게 사라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수요가 줄지않고 있다. 다만 100달러 이하 초저가폰이 보급될 경우 이러한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홍주식 IHS마킷 연구원은 "아프리카와 남미 등 이머징마켓에서는 여전히 피처폰이 스마트폰과 비교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안드로이드 고를 탑재한 100달러 이하 초저가 폰이 나오면서 스마트폰 가격이 피처폰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했다.한편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오포, 샤오미, 비보, LG전자 등 상위업체들이 수익성 중심 전략에 따라 초저가폰을 내놓지 않음에 따라 초저가 시장을 발판 삼아 영향력을 넓혀갈 새로운 강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2000년대 중반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 모토롤라, 알카텔이 적극 뛰어들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비록 수익성은 낮지만 3억대의 피처폰을 흡수해 시장에 영향을 줄 업체가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키아 직원들이 설립한 HMD와 모토롤라를 흡수한 레노버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초저가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변수를 안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