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합병해도 주식 인수 9000억 보태야
-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발 고속철(SRT)을 운영하는 ㈜에스알(SR)의 통합논의 과정에서 SR 주주들이 반발할 조짐을 보여 복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논의결과가 통합으로 이어질 경우 코레일이 이들 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만 최소 1473억원 플러스알파(+α)가 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치를 반영하면 주식 평가액이 20배쯤 오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지분인수 비용이 3조원에 육박한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현미 장관은 코레일과 SR 통합논의와 관련 "올 상반기 중 연구용역을 발주해 통합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논의가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SR 주주들의 반발이 점쳐진다. 정부가 통합을 밀어붙인다면 투자자를 어떻게 달랠 건가가 난제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SR 주주는 코레일(41.0%),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31.5%), IBK기업은행(15%), KDB산업은행(12.5%)이다. 통합논의 당사자인 코레일을 제외하면 사학연금 등이 59% 지분을 갖는다.
문제는 사학연금 등이 코레일-SR 통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대 주주인 사학연금은 "아직 정부 입장이 나오지 않아 언급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사학연금 한 관계자는 "현재 SR 영업이익이 좋게 나오고 있어 합병한다 치더라도 쉽게 되진 않을 것"이라며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코레일이 대주주이긴 하나 전체 지분이 나뉘어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단은 공공성 강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가치를 판단해서 수익을 내려고 SR에 투자한 것"이라며 "아직 배당금을 한 푼도 못 받았으나 1~2년 후면 수익이 들어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R은 지난해 4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다만 투자협약에 따라 이익잉여금(남은 돈)은 재투자되고 배당은 오는 2020년께부터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만약 통합이 결정돼도) 주식 헐값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만약 그렇게 (헐값 매각이) 된다면 국회 상임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수익 낼 좋은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지적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SR을 자회사로 두는 방식보다 양 기관의 합병을 원한다. 통합 시나리오상 합병이 결정돼도 공공기관인 코레일로선 주식회사 SR의 나머지 주식 59%를 인수해 처분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SR 출범 준비단계에서 발행한 액면가(5000원)를 기준으로 주식 가치를 매기면 59% 지분을 인수하는 데 최소 1473억원쯤이 필요하다.
그러나 SR이 10% 싼 요금과 더 나은 서비스를 앞세워 빠르게 자리매김하면서 기업 가치가 상승했다는 게 변수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SR의 현재 주식 가치를 출범 당시와 비교해 20배쯤 올랐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견해를 적용하면 코레일의 SR 지분 인수비용은 2조9460억원까지 치솟는다.
코레일이 제 지분을 팔아 인수자금을 마련해도 18%에 해당하는 8994억원을 추가로 보태야 한다는 계산이다.
사학연금 한 관계자는 "투자 이후 몇 년간 배당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주식대금을 나눠 받는 조건 등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투자인 만큼 주주들이 주식분할 등에 동의할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기업은행과 산은은 사학연금보다 상대적으로 입장 표명이 조심스럽다. 두 은행 모두 정부 방침이 설 때까지는 견해를 밝히기 어렵다는 태도다.
하지만 논의 결과가 통합으로 이어진다면 주식 처분과 관련해 따로 협의가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다.
산은 관계자는 SR 투자와 관련해 "(정부 요청이 아니라) 투자성이 있어서 한 것"이라고 했다. 헐값 매각은 없다는 사학연금의 견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