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사드 보복 이른 시일 내 해결, 믿어달라" 발언롯데 "중국 현지 실질적 변화는 아직까지 없어, 기대감 큰 상황"중국 롯데마트 매각,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정상화 등 기대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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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간 외교 정상화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면서 지난해 시작된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한령(한국행 단체관광객 모집 중단) 등이 해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며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은 롯데를 포함한 유통 업계가 사업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중국 내부에서 실질적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아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중 외교 정상화와 관련한 유통업계의 분위기를 짚어 본다. <편집자주>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중단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롯데그룹의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중국의 사드 철회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여러 차례 감지됐지만 중국 정부가 사드 철회와 관련한 발언을 직접적으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아직까지 사드 보복 철회와 관련한 중국 현지에서 감지되는 실질적인 변화는 없지만 당분간 신뢰를 갖고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전에도 몇 차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제기됐지만 모두 현실화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양제츠 위원이 직접 이와 관련한 발언을 한 만큼 더 큰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위원은 "중국은 문 대통령의 관심사항을 매우 중요시한다"며 "관련 사항은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게 될 것. 이를 믿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정부는 양 위원과 만나기 전에 롯데마트의 원활한 매각 절차 진행,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중국의 단체관광 정상화 등의 어려움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해 중국 측 보복에 직격탄을 맞았던 롯데는 지난해 3월 이후 롯데마트 영업정지, 선양 롯데월드 공사 중단, 면세점 매출 감소 등으로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가 롯데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키가 된 것이다.
양 위원의 발언 이후 아직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아직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롯데마트 매장의 영업정지가 풀린 곳은 아직까지 전혀 없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실질적 변화가 감지되기 전까지는 사드 철회로 인한 기대감을 갖기엔 부담이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99개 매장 중 87곳의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영업정지를 받지 않은 12개 매장도 문은 열고 있지만 사드 사태 이전 대비 매출이 약 80% 감소하며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 롯데마트는 극심한 경영난으로 사업철수를 결정하고 지난해 9월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중국 정부 눈치를 보느라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철회되면 재개될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 2008년부터 선양에 연면적 145만㎡ 규모 주거 ·쇼핑 ·관광단지 건설에 나서 2014년 1단계로 롯데백화점을 완공했다. 이 부지에 롯데타운을 조성해 2019년 정식 개장할 계획이었지만 선양시 당국이 2016년 말 공사를 중단시킨 이후 아직까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연면적 54만㎡에 이르는 청두의 롯데복합단지 현장도 사드 이후 10개월 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11월 초 재개됐다. 현재는 미세먼지 등을 이유로 공사가 잠시 중단 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사드 보복을 철회하면 롯데마트 매각과 중국 내 진행중인 대형 프로젝트들의 정상화 등이 현실화되며 롯데그룹에 호재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에도 단순 기대감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중국 정부의 실질적인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