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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이 최근 휴대전화 요금 관련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데 이어 제4이통 및 보편요금제 움직임까지 겹치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따라 약정제도, 멤버십, 로밍 요금제 등 다양한 MNO(이동통신) 사업 혁신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악재가 지속돼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참여연대가 미래창조과학부(現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휴대전화 요금의 원가산정 정보 등을 공개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이통사들은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자사의 손익계산 및 영업통계 자료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이통사들은 회사의 영업비밀이 보장받지 못하게 된 점을 아쉽게 생각하면서, 이번 판결이 통신비 인하에 대한 추가 압박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공개는 2011년 7월부터 보급된 4G LTE 서비스는 제외된다고 하지만, 이번 공개 판결에 따라 2011년 이후에 대한 휴대전화 요금 원가공개에 대한 움직임도 일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2G, 3G를 비교해 원가 산정을 하는 것보다 최근 서비스에 맞는 원가를 받아 고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게끔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통점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원가 공개 결정 과정에서 이통사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지원하는 '판매장려금'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면서 "원가 공개는 자연스레 이통사 지원금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사실상 이통사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유통점들의 구조조정은 물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잠잠했던 제 4이동통신 움직임도 최근 다시 고개를 들며 이통사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최근 제주도서 열린 'KCTA Show 2018'에서 부임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케이블의 4이통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김 회장은 이날 "변혁의 시기에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바꿔 새 틀에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훌륭한 지역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4이동통신에 참여, 실제 가계 통신비 인하에 일조함은 물론, 케이블TV의 성장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자본 조달이 제4이통 '성패의 키'임을 전제하면서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제4이통이 출범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이통사들은 제4이통사가 생기면 그동안의 구축했던 시장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에선 '담합'이라는 시선이 있지만, 이통사들은 그간 비슷한 폭으로 서비스들을 개편해 고객들의 '통신사 갈아타기'를 막고, 시장 균형을 맞춰왔다"며 "그런데 4이통이 생기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에 들어올 것이 뻔하고, 기존 통신사들은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똑같은 필수설비를 기반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경쟁사의 가격 변동 움직임에 민감히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란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보편요금제 도입을 지속 촉구하고 있어 이통사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보편요금제 도입시 이통3사의 매출이 연간 2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참여연대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개최한 바 있다.
업계는 이통3사 모두 사실상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상품 등을 내놓으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있는 상황 속, 무조건적인 통신비인하 기조 유지는 이통사들의 고객 혜택 축소 등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에 발맞춰 업계를 둘러싼 연관 분야에서 이와 관련된 움직임을 벌이려 하고 있다"며 "정부는 통신비 인하가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제도 실행을 강행하기 보단 현 시장에 맞는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통사들의 수익이 떨어지면 고객에게 돌아가는 요금제 혜택 등 지원 범위가 줄어 그 피해가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며 "통신비 인하 정책은 궁극적으로 이용자 혜택이 늘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