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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코스닥 살리기의 일환으로 내놓은 ‘코스닥벤처펀드’가 기대 이상의 흥행몰이를 하며 코스닥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으나, 여전히 투자자의 관심이 제약‧바이오주 일부에 쏠리는 현상은 과제로 남아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가 출범한 5일 코스닥 종가는 868.93포인트였으나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해 지난 13일에는 891.87포인트로 마감했다.
개인투자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코스닥 시장의 투자자금 다양성 확보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출시 첫날에는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거래성향이 나흘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기관 자금’ 유치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 내 제약‧바이오주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일단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들은 바이오주가 거의 ‘싹쓸이’ 하고 있는 수준이다.
16일 현재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13조원 규모의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신라젠,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등이 나란히 1~4위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 상위 10종목 중 비(非) 바이오 종목은 CJ E&M과 펄어비스의 2종목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역시 이를 그대로 반영해 바이오주 쏠림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사모펀드보다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모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진짜 ‘될 성 부른 종목’만 선별해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코스닥 벤처펀드 도입이 중소 및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KRX300과 코스닥150 지수에 편입된 종목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코스닥 벤처기업 대상 종목 550개 중 KRX300과 코스닥150에 동시 편입된 종목은 총 24개인데, 이 중 헬스케어 관련주가 14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반도체 관련주가 3개, IT주가 2개로 뒤를 잇는 정도다.
이에 코스닥벤처펀드의 실적이 상승한다 해도 대부분의 투자금이 헬스케어주로 쏠리는 현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무산 등 제약 종목에서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며 자칫 투자자의 손실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기업 중에 정작 투자매력도가 높은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탄탄한 기업을 육성하기에 앞서 주가 부양 정책만 내놓는 것이 문제”라며 “투자할 만한 기업이 없다 보니 무작정 ‘대박’만 노린 바이오 일부 종목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쏠림현상은 소비자 문제,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코스닥벤처펀드의 투자대상인 혁신기업에서 추구하는 ‘혁신의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벤처 생태계에서는 분산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코스닥벤처펀드 시장이) 분산투자 규정이 없는 사모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포트폴리오에 분산투자를 반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공모펀드에 대해서라도 해외와 같이 분산투자 규정을 보다 엄격히 하는 것이 필요하며, 사모펀드의 경우에도 투자자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설명 의무를 강화해야 할 것”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