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부동산 잿빛 전망…WB "투자침체·가격하락 여전"CBRE "트럼프 2기→외국인투자 감소→시장위축 가능성"부영크메르Ⅱ 11년째 완전자본잠식…당기순손실 710억
  • ▲ 캄보디아 프놈펜시에 지어진 부영타운. ⓒ구글맵 갈무리
    ▲ 캄보디아 프놈펜시에 지어진 부영타운. ⓒ구글맵 갈무리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주상복합 2만여가구를 조성하는 '부영타운 프로젝트'가 초반부터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 팬데믹·과잉공급 여파로 현지 주택시장 부진이 지속중인 상황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경기침체, 외국인투자 위축 리스크까지 커졌다. 사업을 수행할 현지법인은 10년 넘게 자본잠식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프놈펜에 지하 4층~지상 21층·4개동·1474가구 규모 부영타운을 공급하고 있다.

    이미 준공된 후분양아파트로 계약후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해당단지를 시작으로 부영타운을 순차 공급해 총 2만여가구 규모 미니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게 부영그룹 측 계획이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시장에 대한 잿빛전망이 잇따르면서 부영타운 프로젝트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단 침체된 캄보디아 부동산시장이 부영그룹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2011~2019년 빠르게 성장한 현지 부동산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시장호황기 때 주택이 과잉공급되면서 토지·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현재까지도 그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지난달 발표한 '캄보디아 경제현황'에서 "부동산 및 자산 투자가 여전히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시장침체 여파로 2024년 1~8월 당국 승인을 받은 부동산 개발프로젝트 가치가 전년대비 29.1% 감소한 33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요 주거시설부지 가격이 2020년 상반기대비 34.5% 떨어졌고 콘도·사무실·상가임대 등도 지속적인 가격하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어 시장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글로벌 상업용부동산기업 CBRE는 '트럼프 2.0 정책변화로 불확실한 길에 직면한 캄보디아시장' 리포트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 관세 부과 영향으로 캄보디아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부동산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저해돼 성장 둔화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 ▲ 부영그룹 사옥. ⓒ뉴데일리DB
    ▲ 부영그룹 사옥. ⓒ뉴데일리DB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 탓에 부영타운 분양에 차질이 생길 경우 부영그룹 재정부담도 가중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부영그룹은 2005년 캄보디아 법인인 부영크메르Ⅰ·Ⅱ를 설립하고 부지매입에 나섰지만 당시 부동산시장 침체로 사업이 무기한 지연됐다.

    2013년엔 부영타운 기공식까지 개최했지만 불안정해진 현지정세에 발목이 잡혔다.
     
    분양사업이 20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현지법인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부영크메르Ⅱ는 2023년말 기준 순자산가액이 마이너스(-) 1087억원으로 2013년 이후 11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적자 규모도 늘고 있다. 2023년말 해당법인 당기순손실은 710억원으로 직전년 439억원대비 적자폭이 61.7% 급증했다.

    부영그룹 차원의 자금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말 기준 핵심계열사 부영주택이 부영크메르Ⅱ에 대여해준 금액은 3149억원에 이른다.

    부영크메르Ⅱ는 이중근 회장 막내딸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가 지분 46.0%, 부영주택이 39.2%를 보유한 캄보디아 현지법인이다.

    이 전무는 부영크메르Ⅱ 외에도 부영그룹이 현지에 설립한 부영크메르뱅크 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캄보디아 사업에 대한 이중근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지 시장상황과 관련법인들의 재정상태를 따져보면 현 시점에서 이 회장의 선택은 '악수(惡手)'가 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부동산시장은 외국인투자 영향을 많이 받아 글로벌 경기나 국제정세 민감도가 높다"며 "현 시점에선 리스크대비 수익성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