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당시 강행한 신경분리 여러 문제점 수면 위로재정건전성·노동조건 악화…"5조 지원 약속 이행해야"
  • ▲ 24일 국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부소장, 이주명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장상환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 장철훈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뉴데일리
    ▲ 24일 국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부소장, 이주명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장상환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 장철훈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뉴데일리

    농협 조직이 분할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신경분리로 인해 나타난 여러 문제점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빚만 쌓이고 있다.

당시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재정건전성 및 노동조건 악화 등의 결과를 초래한 만큼 개선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NH농협지부는 여야 의원들과 함께 24일 국회에서 '농협 사업구조개편 6년, 평가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강제적으로 추진한 농협의 신경분리 사업구조개편으로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농협중앙회는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가 추진되면서 현재와 같은 중앙회, 경제지주, 금융지주 구조를 갖추게 됐다.

당시 정부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원활하게 분리하기 위해 6조원의 재정지원을 약속했고, 이후 4조원 이자보전과 현물출자 1조원으로 말을 바꿔 실제로는 5조원 이자보전을 했다. 하지만 신경분리 완료 후에는 부족 자금 지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농협은 21조원에 달하는 빚뿐만 아니라 고금리의 외부 자본 차입으로 인해 매년 이자비용과 배당금을 합산한 8500억원을 떠안게 되면서 이자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정부는 당초 2017년 추진할 예정이던 신경분리를 5년이나 앞당겨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이러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농협 직원들의 노동조건도 악화시켰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들이 입게 됐다"고 말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신경분리 과정에서 발생한 부족 자본금 5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지켜지지 않는 것은 현 정부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빚잔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연 약속 이행과 배당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협동조합의 약점인 자본금 확충 어려움도 즉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상환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지주회사 방식의 사업구조 개편으로는 개편의 근본 목적인 경제 및 판매사업 활성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기 어렵다"며 "중앙회 지주사의 목적이 회원조합의 공동이익 증진이 아니라 자기 이익의 극대화에 있어 회원조합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사업 부문에서는 경제지주와 회원조합 간 마트·사료·공판장사업에서 경쟁과 갈등 및 이익 침해 현상이, 신용사업 부문에서는 금융지주 자회사인 농협은행과 회원조합 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 교수는 "농협은행과 회원조합 간 금융점포 개설 지역을 둘러싼 경쟁이나 지자체 공공금고 취급에 따른 수익 전체를 농협은행이 독점하는 문제가 있다"며 "보험 및 카드사업의 불공정계약에 따른 일선 조합과의 갈등도 초래한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사업 부문에서는 회원조합들로 구성된 상호금융연합회 설립을 제시했다. 경제지주의 자본금을 상호금융연합회로 이전하고 금융지주 계열사들을 상호금융연합회의 자회사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경제사업 부문에서는 농협의 궁극적 활동 목표인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협동조합 원칙을 통한 조직력 강화와 품목전국연합사업을 확대해 품목조합, 품목조합연합회 결성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지주의 사업을 품목조합연합회로 이관하고, 경제지주 산하 계열사들을 품목조합연합회 자회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은 "사업구조개편은 막대한 차입으로 경영악화를 초래했다"며 "신경분리 전 3조5000억원의 차입금이 신경분리 후 6년 만에 21조원으로 6배 증가했다"고 질타했다.

차입금 증가로 인한 경영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업무강도는 높아지고 법인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위원장은 직원 간 실적경쟁도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 법인별로 손익목표 달성만 강조해 직원의 업무강도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단계의 옥상옥 지배구조로 변화하면서 관리 조직이 비대해져 고비용 고효율 경영구조가 고착화 됐고, 자율경영은 침해되고 있다"며 "모든 문제는 고스란히 농업 및 농업인의 피해로 돌아갔다. 농축협에 대한 배당액이 신경분리 이전보다 감소해 농업인 실익이 감소했다"고 한탄했다.

현재와 같은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초 정부의 부족 자본금 지원 약속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중앙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영의 투명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동자의 경영감시 역할을 넓히는 노동이사제 도입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