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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과 원전해외수출'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의 상반된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백 장관은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알팔레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 원전공급망과 경제·기술적 안전성을 강조하며 원전수출 구애에 나섰다. 앞서 몇차례 공을 들인 뒤 면담에서는 아예 작정하고 한국형 원전 구매를 요청했다. 사우디 원전건설 예비사업자 선정이 얼마남지 않은 데 따른 읍소였다.
앞서 한전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도 백 장관은 전임 조환익 한전사장과 협업체계를 구축한 뒤 공을 들였다.
현 정권의 탈원전 총대를 메야할 처지지만 에너지주무장관으로서의 책무도 도외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탈원전 대표주자 중 한명인 백 장관의 스탠스가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원전정책에서는 신규 건설 보다는 원전해체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고리1호기 해체와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등에 따른 일반 국민들의 탈원전 우려가 확산되자 해외-수출, 국내-신재생에너지 육성의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한전 김종갑 사장과 한수원 정재훈 사장도 일찌감치 백 장관과 궤를 맞추고 있다. 원천 기술개발을 통한 세계 원전 해체시장 진출의 큰 그림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백운규 장관은 8일 ‘한일 원전 안전·해체 포럼’에 참석해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원전 안전·해체 경험공유 등 미래에너지 전환에 대해 협의를 가졌다.
불과 나흘 전 사우디 산업부장관를 만나 원전 수주전을 펼친 것과는 180도 달라진 스탠스다.
백 장관은 국내에서는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되 해외 원전건설 수주와 원전 해체 산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미 정부는 공공기관과 해체관련 주요 기관·기업이 참여하는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를 발족했다. 해체 준비중인 고리1호기를 통해 사업관리, 기술과 장비, 전문인력의 모든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고리1호기 해체에 필요한 38개 원천기술, 58개 상용화기술을 2021년까지 개발 완료하고,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해 203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세계 해체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같은 투트랙 전략이 이중전술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데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원전수출은 글로벌 수주 경쟁과정에서 분명히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다. 치밀한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며 “해외 원전수출이나 해체시장진출이 에너지 업계의 블루오션이 될수 있도록 정부의 전략적인 정책 수립이 어느 때 보다 긴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