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등기이사 빠져 소급적용 힘들어국토부 직원 피해 등 후폭풍 고려 신중 입장
  •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연합뉴스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연합뉴스


    미국 국적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불법 재직한 것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항공면허 취소를 검토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에 법리 검토를 해주는 일부 법률자문단은 조씨가 이미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소급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법률자문 결과는 참고자료여서 최종 판단은 결국 국토부의 몫이다.

    법조계에선 진에어 사망선고에 따른 근로자 고용 문제가 면허 취소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거라는 견해다.

    10일 국토부에 따르면 조씨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과 관련해 진에어의 항공면허 취소를 검토하려고 복수의 법무법인에 법리 검토를 의뢰했다.

    외국 국적 신분인 조씨는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라는 이름으로 진에어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항공 관련법에는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국토부는 이번 논란 직후 법률자문단 중 한 곳인 법무법인 광장에 자문해 "진에어에 대한 행정처분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매형이 설립한 로펌으로 알려지자 공정하게 하겠다며 복수의 다른 법무법인에도 추가 자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자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을 다투는 게 아니어서 언제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뉴데일리경제가 수소문한 결과 국토부 법률자문단은 최소 2회 이상 자문 검토 결과를 국토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법률자문단은 쟁점 중 하나인 소급적용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조씨가 과거 진에어에 불법 등기이사로 재직한 건 맞지만, 이미 이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국토부가 지금 와서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리면 위법한 행정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돼왔다. 국토부 법률자문단도 이런 견해를 국토부에 전달한 것이다.

    국토부 법률자문단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소급적용은 안 된다. (국토부가 면허를 취소하면)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며 "또한 상대방에 대한 손해나 직원 피해 등 파급효과가 크고 공익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려진 바로는 2년 전 고친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진에어에 대한 면허 회수가 가능하다. 바뀐 법 28조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받거나 등록한 경우 면허·등록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에 사업 전부 또는 일부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법 시행일이 지난해 12월26일이어서 과거 사례에 소급해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 국토부.ⓒ뉴데일리DB
    ▲ 국토부.ⓒ뉴데일리DB


    그래도 칼자루는 국토부가 쥐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자문 결과를 어떻게 처리한다는 내부 규정이 없어 국토부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가 서로 다른 경우 등에 대한 처리 규정은 따로 정해진 게 없다"며 "자문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했다.

    국토부 법률자문단에 포함된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국토부가 자문할 때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 없이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안을 열거하고서 국토부 입장을 따로 밝히는 때도 있다"고 부연했다.

    설명을 종합하면 국토부가 요식행위로 외부에 자문한 뒤 내부에서 이미 정해놓은 방침에 따라 행정 조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씨의 물컵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파문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 탈세 의혹으로 번지며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관리·감독 소홀로 봐주기 논란에 휘말린 국토부가 뒷북 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법조계에선 진에어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리면 재량권 남용에 따른 위법 행정조처 논란이 소송으로 번질 공산이 크고, 무엇보다 직원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국토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김차곤 새날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행정처분에 있어) 직원 고용 문제는 국토부가 제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 법률자문단 설명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번 법률 자문에서 진에어 직원의 피해 문제는 묻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률자문단 한 관계자는 "(직원 피해 등) 면허 취소에 따른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토부) 질의에 빠져 있어 근로자 문제는 자세히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률자문단 다른 관계자는 "국토부는 위법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면허를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할 것"이라며 "직원 피해 문제는 따로 고용 승계 등을 논의할 수 있으므로 면허 취소와 관련해선 적극적으로 검토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국토부가 자문 결과를 받았지만, 즉각 행정조처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후폭풍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