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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지 20여일이 지났다. 벌써부터 재계 안팎서 몇몇 차기 회장 후보들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황 회장에 대한 '확증의 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최근 '국정농단'과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퇴를 결정하면서 다음 사퇴 인물이 황 회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여론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황 회장에 대한 경찰 조사를 두고, 131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과 비슷한 맥락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얼마전 이 전 회장은 관련 혐의에 대해 기소된지 4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결국 민간기업 KT 수장 자리는 정권교체와 맞물려 해당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 앉히기를 위한, 그야말로 '흔들기' 였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실제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취임해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 지난 2013년 11월 중도 사퇴했다.
결국 이번 경찰조사 역시 CEO 강제 교체를 위한 '또 한번의 KT 흔들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관련 혐의와 관련해 최종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곤, 남은 임기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
황 회장이 외풍에 또다시 흔들려 자진 사퇴를 한다면, 정권교체와 맞물린 'KT 수장 교체'의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다. 황 회장이 앞장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더욱이 황 회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을 자격이 충분하다. 황 회장은 2014년 'KT 구원투수'로 나서 '부실공룡' 이미지 깔끔히 해소한 CEO로 평가 받고 있다.
황 회장 취임 후 KT는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지난 2015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 2929억원을 기록한 KT는 2016년 영업이익 1조4400억원, 지난해 1조3757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던 KT는 황 회장 부임 후 놀라울 만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KT의 안정적 성장궤도는 무선, 유선, 미디어·콘텐츠 등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BC카드, 스카이라이프 등 계열사들의 잇따른 실적 호조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업 신용등급 또한 호의적으로 바뀌며, 국내외에서의 '기업 신뢰성'을 갖추게 했다. 2014년 말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KT의 신용등급 전망을 'AAA 부정적'에서 'AA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푸어스(S&P)도 신용등급 전망을 'A- Negative'에서 'A- Stable'로 상향 조정했다.
황 회장은 지난달 경찰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본인만 떳떳하다면 자의든, 타의든 더이상 어떠한 압력에도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채우며, 앞만보고 회사의 돌보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황 회장만 바라보고 있는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을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