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등 유력 자문사, '캐스팅보터' 국민연금에 영향 줄 듯현대모비스 주가 23만3429원 밑돌면 반대표 몰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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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모비스ⓒ연합뉴스
엘리엇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외 대표적인 의결권 자문사들의 입장이 이번 주부터 나올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오는 14일부터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관련 입장을 잇달아 밝힐 예정이다.
앞서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합병비율과 목적이 주주 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며 반대 의결권을 권고한 바 있다. 이는 엘리엇의 문제 제기와 일맥상통한다.
보유 지분이 1.5%가량에 불과한 엘리엇이 독자적으로 분할·합병을 무산시킬 수는 없지만 의결권 자문사들이 안건에 반대하거나 유보 입장을 밝히면 엘리엇의 주장에 힘을 더하게 된다.
이럴 경우 현대모비스 지분 약 48%를 쥐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엘리엇에 휩쓸리면서 표 대결에서 현대차그룹이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아차(16.88%)에 이어 단일주주로는 두 번째로 높은 지분 비율이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현대차그룹 측 우호 지분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 개인 지분(6.96%)을 포함해 기아차(16.88%),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 등 총 30.17%다.
분할·합병이 성사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을 든 주주가 3분의 1 이상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가장 중요한 주주인 국민연금이 아직 분할·합병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라며 "국민연금이 표 대결에서 현대차그룹의 방어가 가능할지를 결정할 '키'를 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입장을 정하는 데는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홍역을 치른 국민연금이 이번에는 최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결정하려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외 대표적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을 중요한 지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분할·합병 통과 여부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는 현대모비스 주가다. 주가 변동에 따라 주주 이익 침해 여부를 따질 수 있어서다.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지난 11일 23만7000원에 마감됐다. 분할·합병 계획 발표 직전인 지난 3월 27일(24만5000원)보다 한참 떨어진 것으로, 그만큼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10일 종가는 23만1500원을 기록하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23만3429원을 밑돌았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에 보유 중인 주식을 행사가격에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주총 직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아래로 떨어지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되팔려는 수요 때문에 반대표가 몰릴 수 있고 다른 주주들의 반대 명분도 높아진다.
국민연금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도 주가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주식매수청구권을 써서 차익을 볼 수 있는데도 이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한도를 2조원으로 설정했다. 반대 주주 9%가량을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만일 9% 이상의 주주들이 반대해 현대모비스가 지급해야 하는 대금이 2조원을 초과하면 분할·합병 계획을 철회하거나 다시 논의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주가 부양을 위해 현대모비스의 주주친화 정책이 추가로 발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재일 연구원은 "주가가 계속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를 밑돌면 현대모비스가 주주환원 정책을 추가로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방법이 특별배당밖에 안 남았는데, 이미 잇단 주주환원책 발표로 상당한 재원을 소모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