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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이 세가지 사업은 LG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중심 축 역할을 했다. 또한 이 사업들은 20일 타계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집중 육성한 대표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평소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 선제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미래 성장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론 아래 전자와 화학, 통신서비스 사업을 중심으로 삼각편대를 꾸렸다.
이 세 분야에서 구 회장이 보여준 '집념의 승부사' 면모는 오늘날 LG그룹이 세계 시장을 이끄는 일류 기술과 서비스의 토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 회장은 회장직에 오르기 전부터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직접 찾아나섰다.
그 중 구 회장이 가장 먼저 가능성을 발견한 분야가 바로 2차 전지다.
1992년에는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서 접한 2차 전지를 LG그룹의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샘플을 직접 가져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서 이를 연구하도록 했다.
이후 LG화학이 이 연구조직을 물려받아 현재 LG그룹 2차 전지 사업의 주춧돌이 됐다.
연구 초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구 회장은 직원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구 회장과 LG그룹 임직원들의 이 같은 노력으로 LG화학은 마침내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중대형배터리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기 시작해 현재 전기차 배터리 제조와 에너지저장장(ESS) 제조 등에서 글로벌 톱(Top) 기업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 30개 회사로부터 42조 원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주 규모를 자랑하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년 간 전기차배터리 등 전지부문에서만 매출 5조 원을 추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구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육성하는 과정에도 잘 드러난다.
1998년 반도체사업 유지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LCD사업을 본격 육성해야겠다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
이듬해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당시 국내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 자본유치에 성공하는 동시에 합작법인 'LG필립스LCD'를 출범하며 디스플레이 강자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2008년에는 필립스와 결별하고 독립법인 LG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고 더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TV와 모니터,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9인치 이상 대형 LCD에서는 무려 31분기 연속 시장점유율 글로벌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에 선제적인 투자도 진행됐다.
OLED TV 패널의 경우 개발을 진행하던 글로벌 경쟁업체들도 양산의 어려움 때문에 생산을 포기했지만 LG디스플레이는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연구개발을 지속해 양산에 성공했다.
당시 구 회장은 OLED의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일념으로 수조원대에 이르는 연구개발 투자를 승인하고 연구진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게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OELD TV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고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OLED 패널 출하량은 2015년 30만 대에서 2018년 280만 대로 10배 가량 성장하고, OLED TV도 2020년에는 2018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520만 대가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LG그룹은 1996년 구 회장의 지휘 아래 개인이동통신사업(PCS) 시장에도 진출했다.
통신사업권을 획득한 1996년 LG텔레콤을 출범해 2000년 유선통신사업체 데이콤을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이후에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사의 합병을 통해 통신사업을 LG그룹의 주력사업 반열에 올려놓은 LG유플러스가 출범됐다.
LG유플러스 출범 이후 구 회장은 업계 3위였던 LG유플러스를 시장 선도자로 탈바꿈하기 위해 4G LTE 전국망 구축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구 회장은 당시 LG유플러스 경영진에게 "단기 경영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네트워크 구축 초기 단계에서부터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며 독려했고 빠른 속도로 시장 판도를 바꿔 나갔다.
구 회장의 선견지명으로 LG유플러스는 통신 후발 사업자로서 10년 넘게 17% 점유율에 만족해야했던데서 나아가 시장점유율 20%에 오르며 통신시장 혁신을 주도하는 그룹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취임 때부터 LG를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는 결국 오늘날 전자와 화학, 통신 분야에 있어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수준으로 성장케 했다.
'초우량 LG'를 구축하기 위해 그가 천명한 집념의 의지는 4세 경영에서도 이어질 LG의 핵심 정신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