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BNK투자증권 200억 손실 전망금융지주 주가 하락 실적 악영향 불가피
  • 금융권이 2분기 실적발표를 한 달 여 앞두고 불거진 대형 악재에 어수선한 분위기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부도로 증권사들이 발칵 뒤집혔고 일부 금융지주사들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회사채 원금 미상환 사태로 ABCP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들의 막대한 손실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CERCG 자회사는 CERCG가 보증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갚지 못해 부도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가 발행한 달러채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1646억원 규모의 ABCP 역시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 5곳 정도가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에서 ABCP를 매수했는데 현대차투자증권이 약 500억원으로 가장 크고, 나머지 증권사들은 약 100억원에서 200억원 가량 투자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당장 2분기 실적에 손실을 반영해야 하는데,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가운데는 KB금융과 BNK금융 계열사인 KB증권과 BNK투자증권의 ABCP 투자금액이 각각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과 BNK투자증권은 금융지주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계열사인 만큼, 이번 CERCG사태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KB금융과 BNK금융지주도 2분기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곳은 바로 BNK금융지주다.

    BNK투자증권의 해당 ABCP 관련 익스포져는 약 200억원인데,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053.4%, 자기자본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심지어 올해 BNK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62억원에 그쳤는데, 이번 ABCP 손실액은 무려 지난해 당기순이익과 맞먹는다.

    특히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익(2032억원)이 2016년보다 38%가량 감소한 바 있다. 

    저조한 성적을 딛고 올해 실적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BNK금융으로서는 BNK투자증권의 이같은 악재가 달가울리 없는 상황이다.

    CERCG사태는 이미 BNK금융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외국인과 국내 기관 동반 순매도로 주가가 빠지더니 30일에는 BNK증권의 투자손실이 알려지며 국내 기관들도 BNK금융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증권업계와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BNK투자증권이 올해 초 2000억원 가량 유상증자를 시행했고 1분기에도 실적에 선방한 만큼 이번 ABCP 손실은 감내할 수 있지만 올해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올해 2분기 실적 상승 자신감을 내비쳤던 KB증권도 CERCG사태로 인해 고배를 마실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지난 1분기 증시 호황에도 불구하고 IB와 S&T부문 부진 탓에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놓은 바 있다.

    KB금융 내 계열사와 시너지를 강화해 2분기부터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CERCG 사태로 약 200억원의 손실 발생이 예상되고 있다.

    KB증권은 KB금융에 편입된 뒤 아직 실적 기여도가 크지 않은 편이다. 즉, 이번 투자 손실이 KB금융지주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KB증권이 계속 실적 부진을 거듭할 경우 옛 현대증권 인수를 결정한 KB금융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업계관계자는 "CERCG사태로 국내 증권업계 분위기가 싸늘하다"며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기여도를 낮추고 비은행 계열사 실적 늘리기 위한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생각지 못한 악재가 많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