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증권사, 주관사·신평사 소송검토…현금흐름 간과 질타 채권단 등 금융사들 CERCG 방문 예정…증권가, 상황 예의주시
  •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부도에 따른 국내 증권사와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채권을 판매한 증권사들은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는 한편 회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매긴 신용평가사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중국교통은행은 CERCG이 지급보증한 홍콩 자회사 CERCG캐피탈의 달러표시 채권에 '크로스디폴트'(Cross Default)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CERCG가 지급보증한 또 다른 자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탈의 약 3800억원 규모 채권도 부도나면서 동반 채무불이행 상태가 됐다.

    국내 증권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지난달 8일 SPC '금정제십이차'를 통해 크로스디폴트가 발생한 CERCG캐피탈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ABCP 16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는 점이다.

    이 물량은 또 다른 국내 증권사들이 인수했다.

    ABCP는 특수목적회사(SPC)가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으로, 해당 담보자산이 부도를 내면 투자액을 모두 떼일 수도 있다.

    이처럼 기초자산 채권의 크로스디폴트로 ABCP의 부도 우려가 제기되자 물량을 받은 채권단은 우선적으로 신용평가사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가 CERCG를 중국의 공기업으로 분류하고 해당 ABCP에 각각 'A2'를 부여하는 등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ABCP 발행 후 3일 만에 CERCG가 보증한 다른 채권이 부도가 난 상황에서 신평사가이 회사를 공기업으로 분류해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평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나이스신평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공기업의 차이와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다"면서 "또 A2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았더라도 부도는 얼마든지 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채권에 대한 CERCG의 지급보증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CERCG와 면담을 통해 향후 CERCG가 지급보증한 채무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파악해 시장에 신속하게 공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나이스신평과 서울신평은 기초자산 채권에 크로스디폴트가 발생한 지난달 28일 바로 ABCP의 신용등급을 상환능력이 불투명하다는 의미의 'C'로 하향 조정했다.

    ABCP를 발행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 역시 불완전 판메 의혹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ABCP 발행 3일 만인 지난달 11일 CERCG가 지급보증한 또 다른 채권의 부도가 났다는 점에서 부도 징후를 발행 주간사가 알고서도 고지하지 않았다면 불완전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투자증권 측은 "ABCP 발행 주간사로서 나이스신평이 평가한 신용등급을 토대로 관련 업무를 진행했고 부도 징후를 전혀 몰랐다"면서 "자체 리스크 심사 능력을 갖춘 기관만을 상대로 판매해 불완전판매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의 대책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해당 ABCP에 투자한 공모펀드는 KTB자산운용의 'KTB전단채'와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골든브릿지스마트단기', '골든브릿지으뜸단기' 등 3종이다.

    각 펀드가 문제의 ABCP를 편입한 규모는 KTB전단채 펀드가 200억원, 골든브릿지운용의 2개 펀드는 6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지난달 30일 현재 설정액 규모가 4000억원으로 가장 큰 KTB전단채 펀드는 전체 투자자의 80% 정도가 개인 투자로 ABCP의 상각 처리 여파로 최근 1주일 수익률 -3.85%를 기록했다.

    ABCP를 보유한 증권사들도 2분기 중 손실처리나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복잡한 판매 과정을 두고 주관사와 신용평가사, 해당 ABCP를 산 금융사들이 서로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날 채권단과 CERCG의 면담이 계획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회수를 위해 CERCG의 면담 이후 사태에 대한 실마리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