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 문의 결과, 일반 담배로 돌아가겠다는 흡연자 사실상 없어"궐련형 담배 판매 비중 지속 상승 추세
  • ▲ 전자담배를 계산하고 있는 점주. ⓒ진범용 기자
    ▲ 전자담배를 계산하고 있는 점주. ⓒ진범용 기자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담배 냄새가 없다는 거에 만족하고 피고 있으니까요. 굳이 일반 담배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서울 신림동 거주 이현진(32)씨.

    "궐련형 담배나 일반 담배나 몸에 해롭기는 비슷한 거 아닐까요? 직업 특성상 고객을 만나는 일이 많아 냄새가 적은 궐련형 담배를 유지할 생각이에요." 서울 상계동에 사는 이성준(34)씨.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지만 흡연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난 7일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분석한 결과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담배가 주로 판매되는 편의점을 직접 방문해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일반 담배로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궐련형 담배 유해성분 분석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8~10일 관악구, 노원구, 광진구, 중구, 마포구, 서초구 등 서울에 주요 상권 편의점을 방문해 100여명의 흡연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로 바꾸겠다는 흡연자는 '0'였다. 정부 발표를 계기로 금연하겠다는 흡연자도 극소수에 불가했다.

    방배동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직장인 강연석(35)씨는 "영업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담배 냄새 때문에 일부 고객들이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어 아이코스(궐련형 담배)로 지난해 12월께 바꿨어요"라며 "금연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냄새가 적은 아이코스를 유지할 생각이예요"라고 말했다.

    관악구에서 만난 대학생 임 모씨(24세)도 "술자리에서 흡연하면 담배 찌든 냄새 때문에 부모님 눈치가 보였어요"라며 "그런데 아이코스로 바꾸고 난 뒤로 냄새가 줄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일반 담배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라고 답했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정부 발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 감소 추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관악구 한 CU 점장은 "식약처 발표를 뉴스를 통해서 봤는데 그 영향으로 궐련형 담배 판매가 줄어든 것 같지는 않아"라며 "오히려 신제품(히츠 그린징) 출시로 체감상 더 많이 팔린 느낌"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마포구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직원도 "주말에만 근무하는데 지난주와 비교해서 궐련형 담배 판매가 줄어든 느낌은 전혀 없어요"라고 말했다.

    일부 흡연자들의 경우 정부의 발표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모씨(38세)는 "독일의 정부유관기관에서 분석한 결과와 식약처의 발표가 너무나 상반돼 혼란스럽다"라며 "하지만 체감상 궐련형 담배로 변경 이후 가래가 주는 등 여러 가지로 덜 해롭게 느껴진다. 이번 발표에 의구심이이 든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식약처 발표 이후 궐련형 담배에서 일반 담배로 복귀하려는 흡연자들의 추이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 ▲ 담배 코너 최상층에 위치한 궐련형 담배들. ⓒ진범용 기자
    ▲ 담배 코너 최상층에 위치한 궐련형 담배들. ⓒ진범용 기자

    다만 이번 발표에 따라 금연을 계획하고 있다는 흡연자들도 일부 있었다. 몸에 덜 해롭다는 광고로 궐련형 담배로 변경했지만, 이번 발표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된 만큼 금연하겠다는 것.

    직장인 강순호(39세)씨는 "올해 아이가 태어나기 때문에 몸에 덜 해롭다고 알려진 궐련형 담배로 지난해 말부터 바꿔서 피고 있어요"라며 "그런데 이번 정부의 발표에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비슷하다고 나온 만큼, 태어나는 아이나 저를 위해서 담배를 끊으려고요"라고 금연 계획을 밝혔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도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른 궐련형 담배 판매 감소는 사실상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A편의점에 따르면 전체 담배 점유율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은 지난 1월 7.1%, 2월 8.13%, 3월 8.51%, 4월 8.61%, 5월 8.47%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B편의점에서 역시 궐련형 담배를 본격적으로 판매한 지난 10월 점유율은 5.5%에 불가했지만, 지난 5월에는 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개별 담배 중에서 많이 팔리는 '에쎄 체인지'가 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점유율로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궐련형 담배가 출시된 이후 신규 흡연자가 창출된 것이 아니라 기존 흡연자들이 이동한 것이고, 어떤 담배이든 몸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흡연자 대부분이 알고 있다"며 "식약처 발표에 따라 궐련형 담배에서 일반 담배로 이동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