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아파트 보유세… 전년비 최대 20% 증가 시장위축 우려… '단계적 추진' 필요성 대두
  • ▲ 송파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연합뉴스
    ▲ 송파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연합뉴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포괄한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이 오는 21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공시가격의 실거래 반영 비율을 높이고, 공정시장가액을 현행 80~90%에서 100%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안이 단순하지 않다보니 변수 발생 가능성도 배재하기 힘든 만큼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는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청회를 통해 보유세 개편과 관련한 초안을 내놓는다. 특히 재산세보다는 종부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고가주택을 가진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에는 우선 종부세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담긴다.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는 공시가격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 비율이 재산세는 60%, 종부세는 80%다.

    그동안 고가주택을 보유한 자산가까지도 공정시장가액비율로 배려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위 내에서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향방법은 90%까지만 올리는 방향, 100%까지 올려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 90→100% 등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 등 여러 안을 제시해 국민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리면 일부 고가아파트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에 비해 10~2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0%로 높이면 서울 한남동 '한남 더힐' 전용 233㎡(1주택자 기준)의 보유세는 879만원에서 1036만원으로 18.7%(163만원) 늘어난다. 잠원동 '빌 폴라리스' 전용 166㎡는 19.8%(147만원) 증가한 889만원이며 반포동 '반포 자이' 전용 84㎡는 12.5%(10만원) 늘어난 93만원,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84㎡는 15만원 늘어난 136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올해 공시가격 급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세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면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까지 올라 보유세 전체가 늘어난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5.02%, 서울은 10.1% 올랐다. 1가구 1주택 기준 종부세 부과 대상인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전국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은 14.2%에 달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면 보유세 증가율은 전년대비 5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과세표준과 세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세율을 조정하는 것은 세법을 개정해야 돼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여대야소 상황에서 정부의 여당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박주선·정동영·추미애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9명은 지난 1월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안은 6억~12억원 구간의 세율을 현재 0.75%에서 1.0%로, 12억~50억원 구간은 1%에서 1.5% 등으로 높이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자체를 없애고 시가로 그대로 적용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위 논의과정에서 "최근 부동산시장이 서울과 수도권 등도 안정화 추세인 만큼 증세까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지금은 세율인상을 배제하는 것은 특위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위의 임무는 조세 정의실현 차원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인 만큼 가변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표와 세율 조정은 주택뿐만 아니라 토지까지 아우른다. 현재 주택 종부세 세율은 0.5~2.0%이며 토지는 0.75~2.0%(종합합산 대상 기준)이다. 세율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특위 위원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많은 만큼 역시 복수안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세율을 올리면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때 1주택자에 대한 배려를 추가로 해줄 것인지 여부도 특위 내 논쟁이 치열하다.

    '1주택자는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제액(9억원) 상향 등으로 세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의견과 '강남의 '똘똘한 한 채' 논란에서 보듯 1주택자도 투기수요가 있는 만큼 별도의 배려는 필요 없다'는 의견이 맞선다.

    특위는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 문제도 시민들과의 토론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시행령만 고치기만 하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바로 적용되겠지만,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세율 인상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21일 공청회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28일께 보유세 개편 등에 대한 단일안을 만들 계획이다. 이후 정부가 추가 검토해 세법 개정안을 만든다. 세법 개정안이 올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보유세가 국민들에게 적용된다.

    한편, 급격한 보유세 인상으로 인한 시장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11개 신도시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1%로, 1년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추세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올해보다 실제 적용되는 내년부터 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래세는 한 번 거래하면 내는 이벤트성 세금이지만, 보유세는 가지고 있는 동안 계속 부과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까지 더해지면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건설업황도 악화될 것"이라며 "경기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보유세가 강화되면 집을 가진 게 부담이 되니 매도 물량이 늘고 시장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가격이 이미 떨어지는 상황에서 도입 자체가 시장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속도 조절을 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