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고가주택·다주택자 세 부담 가중임대사업자 등록·자녀 증여 가속화 전망유동자금, 수익형부동산 선회 가능성 '↑'
  • ▲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초안이 공개된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안' 토론회. ⓒ연합뉴스
    ▲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초안이 공개된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안' 토론회. ⓒ연합뉴스

    정부가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참여정부 이후 10년 만의 인상으로 금리인상 등 다른 악재들과 겹치면서 '거래절벽' 우려까지 제기된다. 세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자녀 증여 등 절세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2일 종부세의 세율과 과세표준에 반영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내년부터 세금을 늘리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10%p씩 올리는 방안(1안) ▲최고세율을 현 2%에서 2.5%(주택 기준)까지 올리는 방안(2안) ▲1·2안을 병행하는 방식 ▲1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올리고, 다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및 세율을 인상해 차등 과세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권고안대로라면 1주택자는 10% 안팎, 다주택자라면 최고 2배 수준으로 보유세 부담이 가중된다.

    신한은행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 84㎡에 살고 있는 1주택자라면 내년 318만원 수준인 보유세가 공정시장가액비율 100%를 적용할 경우 559만원까지 오른다.

    현재 시세가 20억원인 것을 감안해 내년 공시가격이 15억6800만원으로 오르는 것을 가정한 분석이다. 연간 총 보유세 부담이 50% 이상 증가할 수 없다는 상한 규정은 감안하지 않았다.

    강남의 20억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올해 1375만원에서 내년 2649만원으로 크게 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0%로 하고, 세율을 0.5%p 인상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다. 다만 세 부담 상한선 150%를 적용하면 1972만원이 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주택자의 경우 입법과정까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에게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과표 기준을 동시에 높이는 4안이 채택되면 부담이 크다. 정부는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시가 10억~30억원 기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최대 25.1%, 다주택자는 최대 37.7% 늘어난다고 밝혔다.

    재정특위 권고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돼 내년에 시행될 경우 참여정부 이후 10년 만에 종부세가 강화되는 것이다. MB정부에서는 종부세 최고세율이 3.0%에서 현행 2.0%로 인하됐다.

    재정특위는 오는 28일 최종 권고안을 마련, 내달 초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권고안을 내년 세제 개편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강병구 재정특위 위원장(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은 "종부세 개편은 국민적 수용성이 필요하고,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과 명목세율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싶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르면 다음 달 초 종부세 개편 확정안이 발표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거래 심리가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이달 들어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하루 평균 160건으로 줄었다. 올 들어 가장 많았던 3월 거래량 446건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여기에 보유세 강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 입주물량 증가 등 현재 진행형이거나 예고된 악재가 많아 올 하반기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돼 거래시장이 침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 역시 보유세 타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현재 불황을 겪고 있는 지방 부동산시장은 더 침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서울 강남권"이라며 "최근 2~3년간 가격 상승 폭이 커 보유세 부담도 큰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으로 악재가 몰려있다"고 진단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도 "공정시장가액비율 및 공시지가 인상, 세율 인상 등 개편안 모두 보유세 인상 효과는 클 것"이라면서도 "급격한 세 부담 증가와 부동산시장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 부담 증가를 피하기 위해 매물이 증가하면서 부동산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임차인이나 미래 주택수요자에게 세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 자료사진.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보유 부담이 커지지만 4월부터 시행된 양도소득세 중과 때문에 팔고 싶어도 선뜻 매물로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청약조정대상지역의 경우 1가구 3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세율이 최고 62%에 달한다.

    때문에 다주택자의 경우 매물로 내놓는 대신 절세를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자녀에게 증여할 가능성도 크다.

    김종필 세무사는 "비청약조정지역 내 주택보유자들은 불필요한 주택들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겠지만, 조정지역에서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주택을 팔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정지역 내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이 늘면서 주택을 자녀 등에 사전 증여하는 경우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다주택자들은 증여와 함께 보유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임대사업자 등록도 적극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8년 이상 준공공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주택 처분이 제한받지만,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종부세 합산 배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절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인기지역의 신규 분양시장은 당분간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잔금 시점이나 등기 이후 종부세가 부과돼 보유세 인상과 당장 무관한데다 이와 별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가 계속되고 있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신규 단지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주택보다는 신규 아파트 청약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다주택자가 집을 여러 채 소유하기도 부담스러워진 만큼 기존 주택도 인기지역이나 보유가치가 있는 부동산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양극화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에서 상가 등 비주택으로 투자 흐름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날 공개된 내용은 일종의 중장기적 권고안인 만큼 8월 세제개편안에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