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 1만대-원자재 42만대 분 그대로 놓고와철수 당시 트럭 두대에 1400여대 싣고온게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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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쿠쿠

    쿠쿠전자가 개성공단 재가동 기대 속에서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당시 현지에 두고 온 100억원 규모의 자산 때문이다.

    쿠쿠에 따르면 당시 완제품 밥솥 1만 대와 6개월 생산분의 원자재를 그대로 개성에 두고 왔다. 당시 공장이 월 평균 7~8만여 대(연간 88만대)를 생산했던 것을 고려하면 두고 온 자재는 약 42만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쿠쿠가 북한에 두고 온 제품과 부품의 가치는 대략 20억원쯤으로 추산된다. 80억원 규모의 공장 설비까지 합하면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손실은 100억원에 달한다. 철수 무렵 급박한 상황 탓에 현지에 나가있던 직원들은 트럭 두 대에 1400여 대의 밥솥만 싣고 빠져나와야 했다.



  • ▲ 2016년 2월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발표 후 짐을 싣고 내려오는 트럭 ⓒ 연합뉴스
    ▲ 2016년 2월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발표 후 짐을 싣고 내려오는 트럭 ⓒ 연합뉴스

    개성공장이 정상 가동했을 당시 현지공장은 쿠쿠의 연간 생산 물량의 20%를 담당했다. 한 해 88만대를 생산했고,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되는 10만~20만원 초반대의 보급형 제품을 주로 만들었다.

    공장 폐쇄 이후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유출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개성공단 폐쇄 1년 만인 지난해 2월 통일부는 북한 측이 개성에서 생산된 밥솥 일부를 중국으로 불법 유통하려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품 중 일부는 북한 내에서 유통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도 있다. 북한 전문매체들은 현지 소식통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 후 남은 의류, 양말 등이 북한 내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물건은 기관이나 회사를 거쳐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부유층을 통해 지방 도시로 흘러간다.

    쿠쿠 밥솥은 북한 상류층 사이에서 최고 인기 제품으로 알려진 지 오래다. 일명 남한산 ‘말하는 밥솥’으로 불리며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며, 중국을 통해 들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품의 인기로 개성 공장에 남겨져 있던 제품 일부도 북한 시장에 떠돌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파다하다.

    개성공단 재개 조짐에 따라 밥솥의 행방에 관심이 늘자 회사측은 무척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이미 보상을 받은 터라 소유권 주체도 불분명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설이 무성한 상태다 보니 차제에 밥솥 유무와 설비상태 등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쿠쿠 관계자는 "개성공단 폐쇄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중국 불법 유통 시도와 북한 내 거래를 짐작하기만 했다"면서 "공식적으로 확인된게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개성공단 재입주 등과 관련한 사항은 현재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추후 경과에 따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