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연합뉴스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조치안 보완 요청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조치안' 수정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금감원이 감리조치안을 수정하면 사전통지부터 절차가 다시 시작돼 결과 도출이 늦어지게 되는데, 그렇다고 증선위 요청을 묵살하면 자칫 금감원과 증선위의 대립구도가 형성되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선위의 감리조치안 보완 요청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이전 회계처리 적정성을 재검토하며 조치안 수정을 고민 중이다.

    증선위 요청사항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2015년이 아닌 2012년 설립 당시부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할 여지가 없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라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변경에 대해 판단하려면 2012~2014년 회계처리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논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미국 바이오젠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우려해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변경 후 적자를 보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이익 1조9천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또 그다음 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증선위 요청으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2014년 회계처리를 다시 면밀히 살펴보고 있지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이미 1년간 감리를 통해 2012년부터 2017년 회계까지 검토한 뒤 2015년 회계변경을 문제 삼아 감리조치안을 마련했다. 가장 사안이 중대하고 감리 조치를 하기에도 현실적인 부분을 골라 조치안을 작성한 것이다.

    금감원 조치안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감원으로선 감리조치안 수정 내지 보완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논리가 개입되면 증선위 심의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증선위 보완 요청 후 일각에서는 '고의'보다 '중과실' 혹은 '과실'에 무게를 두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을 나중에 바로잡은 것으로 처음에 '실수'가 있었다는 논리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선위 요청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감리에서는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이라며 "2012~2014년 회계까지 다시 검토해 새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한 뒤 증선위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판사'인 증선위 요청을 '검사'인 금감원이 무시하긴 어려운 만큼 조치안의 수정이나 보완 쪽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달 20일 3차 심의 후 "금감원 수정 안건이 제출되면 이미 증선위에서 여러 차례 논의한 기조치안과 병합해 수정안을 심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조치안 수정을 전제로 심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감리하면서 과거 회계도 모두 들여다봤을 것"이라며 "조치안을 보완만 할 수도 있고 수정안을 낼 수도 있을 텐데 그건 금감원이 먼저 판단해야 하고 결과가 증선위에 보고되면 다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회계 재검토로 증선위 심의는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조치안 수정의 경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 있다. 금감원은 증선위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4일 증선위 정례회의가 잡혀있지만 이번 회의는 대심제로 개최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 조치안이 변경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사전통지 절차부터 다시 시작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새로운 조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충분한 검토 시간을 가진 뒤에야 대심제가 진행될 수 있다.

    증선위는 그러나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을 피하고자 수정안이 제출돼도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 심의를 다시 열지는 않기로 했다. 기존 조치안에 대한 감리위 심의 때 이미 2014년 이전 기간의 회계처리 방법도 논의됐다는 이유에서다.

    증선위는 4일 4차 회의 이후 임시회의 개최도 고려 중이다. 이달 중순까지 안건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에 맞추려면 추가 심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