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으로 회귀?… "시대 맞지 않는 '반대를 위한 반대'" 주장 잇따라넷플릭스 등 해외 거대 미디어 업체 국내 시장 잠식… 사용자 피해 우려이통사 중심 M&A 기반 글로벌 업체와 경쟁 할 '토대-대안' 마련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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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됐지만, 이를 연장하자는 법안이 발의돼 업계의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업계는 "합산규제 기간에도 국회서 제대로된 논의가 진행된적이 없었다"면서 "일몰 후 연장 법안 발의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직후인 지난 28일 추혜선 의원(정의당)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2년 추가 연장을 골자로 한 '방송법'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추 의원은 "KT가 IPTV와 위성방송을 유일하게 함께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KT가 시장 독점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합산규제는 현행 법체계 내에서 플랫폼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시장의 공정경쟁을 통한 시청자의 선택권과 편익을 지키기 위해 아직은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통신 생태계가 공정한 경쟁의 틀 안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보완장치가 마련된 뒤 합산규제 폐지가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는 합산규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며, 일몰 후 또다시 연장을 논하는 것 자체가 관련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와 같다는 불만이다.

    먼저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2015년 6월 도입됐는데, 그 때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넷플릭스 등 해외 거대 미디어 업체들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 더 이상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정책돼 버렸다.

    실제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2500만명 가입자를 거느릴 정도로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콘텐츠 제작 질 저하는 물론, 캐시서버 무상 사용 등 굴욕적인 조건을 국내 업체들이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합산규제 일몰로 이통사들을 중심으로한 M&A 활성화를 통해 해외 미디어 업체와 견줄 수 있는 토대 및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사전 점유율 제한규제를 취하지 않고 사후 행위규제 방식을 일반화하고 있으며, 통신사업자의 유료방송사업자 인수합병은 이미 글로벌 추세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미국의 경우, 통신-방송 간 M&A를 통해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고, 융합 서비스를 위한 생태계 토대 마련했다. 미국 통신사 'AT&T'는 지난 2004년 5월 위성방송사업자 'DIRECTV' 인수를 통해 AT&T의 모바일·인터넷 서비스와 DIRECTV의 영상콘텐츠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했다.

    유럽 역시 통신/방송 기업 간의 활발한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창출했다. 스페인 통신기업 'Telefonica'는 위성방송사업자 Canal Plus를 인수했으며, 프랑스 케이블사업자인 Numeri-cable 역시 자국 통신기업 SFR을 인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방송 매출 증가세가 더뎌지면서 홈쇼핑 수수료가 둔화된 것은 물론, 무엇보다 IPTV로의 가입자 이탈로 케이블 업계의 불황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 국내도 방송통신 융합의 새판을 다시 짜 SO사업자들에게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1등 사업자에 대한 규제 철폐가 그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합산규제 기간에도 국회서 관련 논의가 진행된 적이 없음에도 일몰 후 연장 법안을 발의하는 것 자체가 합산규제 연장 진영에 대안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란 지적이다.

    합산규제는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으니 일몰하는 게 맞으며, 또다시 규제를 연장하자는 것은 3년전과 마찬가지로 해당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라 결국 방송통신 시장활성화를 막을 수 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규제 연장 대신 당분간 KT가 공격적인 M&A를 자제한다는 신사협정을 맺는 것도 한가지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이는 시장경제 원칙에 반하는 행위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소비자 선택의 결과인데,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며, 방송통신산업의 악순환을 고착화시킬 우려있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방송통신 융합 흐름 속, 지금 국내는 없지만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할 수도 있는 환경에 놓였다"며 "합산 규제가 지속된다면, 이런 방송통신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길이 막혀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영역을 불문하고, 1등 사업자에 대한 무조건적 규제는 사업자간 경쟁 저하로 이어져 미디어 서비스 산업의 질적 저하는 물론, 그에 따른 피해를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