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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업계가 그동안 기초에 치중했던 화장품을 색조까지 확대하며 구색 강화에 나서면서 로드샵 위주로 상품을 판매하는 화장품 브랜드숍 및 H&B스토어(헬스&뷰티)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먹거리에 치중했던 편의점이 새로운 상품군으로 유통을 확대해 나가면서 경쟁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화장품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CU는 50여개, GS25 60여개, 세븐일레븐 26여개의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라인업이 강화되면서 매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 집계한 결과 화장품 매출 증가율은 지난 2016년 9.5%, 2017년 10.8%, 2018년(1월 1일~7월 3일) 12.9%로 매년 증가했다.
소비자들에게 편의점 화장품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CU의 경우 유튜브를 통해 '편의점에서 풀메 가능?!'이라는 영상을 올리고 다양한 제품과 리뷰 영상을 업로드하는 등 젊은 고객 끌어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는 "CU에 기초 화장품만 있느냐! 당연히 아니죠!"라는 문구도 사용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갖췄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편의점 업계는 화장품을 취급하는 이유에 대해 소비자가 긴급하게 필요할 때 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취급하는 것일 뿐 화장품 업계와 직접적인 경쟁 의도는 없다고 입장을 밝혀왔었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가 최근 제품군 확대 및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을 두고 사실상 화장품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먹거리는 물론 화장품, 자동차, 의류 등 편의점은 모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루트가 개척된 상태다. 한국 편의점과 일본 편의점이 상당히 흡사하다는 점을 봤을 때 향후 국내 편의점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최근 편의점을 매일 방문하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어 편의점이 화장품까지 영역을 확대할 시 가맹점 로드숍에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본사의 경우 판매 루트가 다양해져 매출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지만, 가맹점의 경우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전국 4만개 편의점이 등장하는 셈이기 때문.
편의점업계가 취급하는 상품 대부분이 브랜드와 협업 상품이라는 점도 경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CU는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에뛰드 미니케어' 제품 11종을 판매 중이며, GS25도 토니모리와 협업한 편의점 전용 색조 화장품 '러비버디'를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화장품 업체 비씨엘(BCL)과 제휴해 색조화장품 '0720' 전용제품을 선보이는 등 뷰티 로드숍 제품과 용량을 차별화했다.
화장품 브랜드숍 및 H&B스토어가 편의점의 화장품 구색 강화를 경계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가맹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우 가맹점 피해 등을 우려해 화장품을 편의점에 공급하지 않는다"라며 "판매 채널 증가는 본사 수익 증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가맹점들 입장으로는 경쟁 채널이 확대돼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편의점의 상권 침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편의점업계는 종류를 다양화하고 있다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 편의성을 위한 구색 확대일 뿐 골목상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과 화장품 브랜드숍 및 H&B스토어는 주요 타깃과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편의점에서 화장품이 잘 팔리는 점포는 이른바 '구매난민'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화장품 숍이 없어 구매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있고 이를 점주가 확인하고 필요하면 발주하는 구조로 골목상권과 실질적으로 경쟁하지 않는다"고 상권 침해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