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다이소·쿠팡보다 싼 캡슐커피 개발한 이향연 MD 인터뷰탐앤탐스, 식음료 교수부터 더드립 등을 거친 커피전문가“가격 낮추기 위해 CU 구매력 활용… 에스프레소로 가장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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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CU는 최근 캡슐커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통채널 중 하나다. 캡슐커피의 불모지였던 편의점에서 최근 개당 290원의 초저가 캡슐커피 ‘290 블렌드’를 선보였기 때문. 이는 쿠팡은 물론 다이소의 최저가 캡슐커피와 비교해도 가장 저렴하다.최근 커피원두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는 상황에서 CU가 기존 제품보다 저렴한 캡슐커피를 출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290 블렌드’를 개발한 이향연 BGF리테일 상품본부 음용식품팀(MD) 책임을 지난 6일 직접 만나봤다.이항연 책임은 CU 내에서 커피 전문가로 꼽히는 인사다.
탐앤탐스 신사업팀을 비롯해 숭실호스피탈리티 식음료 전공 교수 등을 역임했고 더드립에서 생두수입을 담당하다가 지난 2022년 BGF리테일 MD로 합류했다. 커피 원두 품질을 판단하는 큐 그레이더(Q-GRADER)를 비롯해 SCA ROASTING 등 다수 자격증도 부유 중이다.그는 하루에만 적어도 3잔의 커피를 마실 정도의 커피 마니아기도 하다. 전문가가 내려주는 캡슐커피는 조금 특별할까. 능숙하게 네스프레소 머신에서 내린 CU ‘290 블렌드’의 향은 ‘커알못(커피 문외한)’인 기자에게도 제법 찐하고 풍부한 향이 느껴졌다. 찐득한 크레마도 두드러진다. 이 커피 맛을 개발하기 위해 이 책임은 하루에 수십여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이 책임은 “블렌드도 블렌드지만 로스팅 강도를 얼마나 올리느냐에 따라서도 맛의 편차가 굉장히 많이 다르고 원두 분쇄도에 따라서도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하나 테스트를 거쳐서 최적의 맛을 찾아냈다”고 말했다.그는 “커피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좋은 커피와 안 좋은 커피를 나눌 수 있지만 일반 대중이 마실 때는 그런 것을 다 구분해서 마시지 않는다”며 “마셨을 때 익숙하고 편한 입맛으로 ‘어? 괜찮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에 주안점을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사실 개당 290원의 캡슐커피는 업계에서도 전례가 없던 가격이다. 다이소와 쿠팡의 캡슐커피도 개당 300원 수준이다. 그동안 두 채널의 캡슐커피가 업계 최저가였던 것을 생각하면 CU가 최저가를 다시 한번 경신한 셈이다.이는 최근 커피가격이 일제히 인상되는 흐름 속에서 이례적인 경우다. 글로벌 커피 원두 가격은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커피의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 대비 91.3% 올랐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 심각한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임이 택한 전략은 ‘구매력’이었다.이 책임은 “기존 CU의 즉석커피 ‘GET커피’의 원두 확보를 위해 수매를 계속 해야 했는데, 여기에 얹어서 캡슐커피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상품 개발을 진행했다”며 “경쟁 채널의 경우 별도 원두 수입 물량이 제한되지만 CU는 GET커피 원두에 조금 더 보태는 정도로 메리트 있는 가격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 외에도 이 책임의 커피 노하우도 총 동원됐다. 커피 원두 가격이 인상되는 중에서도 하락협력사의 공장 가동 스케줄에 같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고 판관비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
품질에 대한 개발도 이 책임의 혀끝에서 이뤄졌다.
그는 커피의 온도와 습도를 고려하지 않는 추출 방식 때문에 커피전문점도 잘 찾지 않을 정도로 커피에 대해 까다롭다. 그런 그가 ‘290 블렌드’의 맛에 대해서는 100점 만점에 80점을 줬다. 완성도만 봤을 때 취향에 치우치지 않는 가장 대중적 맛을 구현한 것이 그가 꼽은 강점이다.이 책임은 “‘290 블렌드’는 커피의 추출, 위생 등 고려한다고 봤을 때 가격 대비 맛이나 모든 부분에서 커피전문점에서 사먹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며 “캡슐에 인입할 때 질소 포장이 돼 있기 때문에 환경에 따른 변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그는 “‘290 블렌드’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네스프레소 기기에서 에스프레소로 추출한 뒤 설탕 스틱 하나를 넣는 것을 추천한다”며 “아메리카노로 마실 경우에도 롱고(110ml)로 추출하기 보단 에스프레소로 추출해 물을 섞는 것이 더 깔끔하게 마실 수 있다. 이 경우 설탕을 타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이 책임은 향후 ‘290 블렌드’의 성적에 따라 후속 상품 개발도 고심 중이다.이 책임은 “카페인을 위해 커피를 드시는 분도 있지만 디카페인 커피도 건강 트렌드나 임산부 등 꾸준한 수요층이 있어 상품을 구상 중”이라며 “캡슐커피 플랫폼을 네스프레소에서 더 확장할지 여부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나아가 앞으로는 스페셜티 라인에 대한 생각도 있다”며 “대중적이고 맛있다는 공감을 얻고 나면 다음 스텝으로 세상에 다양한 좋은 커피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나라의 커피 시장 수준이 더 올라갈 수 있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