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부담 감수하더라도 현실적 대안 선택궁극적으로는 LNG 연료 선박 건조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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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오는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를 앞두고 국내 해운업계가 탈황장치(스크러버)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조선해양 엔지니어링 회사인 디섹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자사 선박 스크러버 개조 공사를 디섹에 맡기기로 했다.

    스크러버는 현대상선이 이번에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에 설치될 예정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척 중 몇 척에 스크러버가 설치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척 중 대부분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LNG선박의 경우, 아직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스크러버 설치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IMO는 기후변화 대응 노력의 일환으로 2020년 1월 1일부터부터 황 함유량 규제를 현행 3.5%에서 2020년부터 0.5%로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황산화물(SOx)은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함유돼있는 황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물질이다.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은 크게 ▲저유황유 사용 ▲스크러버 설치 ▲ LNG연료선박 건조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LNG연료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지만, 비용부담과 관련 인프라 부족으로 선사들은 스크러버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것은 화석연료를 줄이고자 하는 규제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현대상선은 올해 초부터 스크러버 설치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지난해 말 환경 규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했다.

    앞서 포스코도 대형 벌크선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는 대한해운,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등 철광석 장기운송계약에 투입되고 있는 선박 20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예정이다.

    글로벌 선사들도 스크러버 설치를 선호하고 있다.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도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컨테이너선박에도 스크러버를 탑재했다.

    환경규제 시행까지 기간이 얼마 안 남은 만큼, 선사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택하는 추세다. 스크러버 설치는 엔진에 따라 최소 20억에서 최대 120억원이 든다. 설치기간도 10개월 가량 걸린다.

    저유황유를 쓸 경우, 유황유 대비 50% 가량 높은 가격으로 원가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규제 시행 이후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선사들이 스크러버 설치를 선호하도록 만든 원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크러버 설치가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가 앞으로 더 강화될 수 있는 만큼, LNG선박 인프라와 기술 확보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박한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상안전연구실장은 "지금은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LNG원료 선박 건조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선사들이 스크러버 설치에 올인하면 안된다"며 "LNG원료 선박 건조를 통해 운영 노하우와 인프라를 쌓는 등 전략적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