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년간 5조원, 신세계 올해 초 1조원 투자 유치, 11번가 5000억원 투입"효율적 자금 운용 여부 승부 가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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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사 로고. ⓒ각사

    롯데가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8월 1일 공식 출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존 이커머스업계와 롯데, 신세계, SK 등 대형 유통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라는 거대 유통 기업들이 이커머스 사업에 대규모 금액 투자를 밝힌 바 있어 '쩐의 전쟁'이 이커머스업계 주요 키워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 SK, 신세계 등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사업 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천문학적 금액 투자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투자 금액이 반드시 성공의 열쇠로 직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효율적인 자금 운용이 향후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의 경우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온라인몰을 통합하고 향후 5년간 3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신세계 역시 올해 초 온라인 사업 신규 법인에 대한 1조원대 투자 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SK그룹도 SK플래닛에서 운영하고 있는 11번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11번가를 인적 분할하는 동시에 H&Q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 규모를 11번가 우선주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이커머스 사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대기업 그룹사들의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금액 투자와 유통사들이 밝힌 미래 비전이 반드시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롯데와 신세계의 경우 각사별로 분류된 이커머스 사업을 통합해야 하고 이에 따른 인력 배치 및 사업 구조 개선 등에 상당한 비용 투자가 불가피하다. SK 역시 11번가 독립법인 구성 및 인력 재배치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금액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계자는 이들 대기업들이 밝힌 천문학적 비용은 대부분 통합 물류창고 구축이나 자동화 기기 도입 등에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쿠팡에서 대규모 물류센터 1곳을 개설하는 데 쓰이는 비용은 수조원단위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투자 금액이 고스란히 물류 창고 개설에만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확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롯데의 경우 2022년까지 거래액 20조원과 업계 1위 달성을 비전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쇼핑협회 발표 및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베이의 거래액은 이미 14~15조원, 네이버 역시 1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전자상거래규모가 2016년 64조9134억원에서 지난해 91조9800억원, 올해 100조원 돌파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2022년 거래액 20조원으로는 업계 1위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

    여기에 고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야하는 이커머스 사업의 특성상 기존 오프라인 채널과 달리 대규모 조직 체계보다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신문화 정착 여부도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이 큰 금액을 투자해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 참전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러나 이커머스 기업이 성장하는 데 자금은 필요조건이지만 그렇다고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커머스 기업들이 했던 방식을 답습한다면 아무리 큰 금액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