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상반기 실적 개선에 '신축-중설' 물량 수주 기대주택시장 외면, 해외 부진 속 높아진 그룹 의존도는 우려
  • ▲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 부문 본사가 있는 서울 강동구 소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삼성엔지니어링
    ▲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 부문 본사가 있는 서울 강동구 소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이 3년간 180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룹 내 시공을 담당하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의 수주가 기대된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거뒀던 만큼 이번 투자 계획이 '날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이번 투자 규모는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투자 규모를 100조~15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3년간 총 180조원(국내 13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서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는 160조~165조원(연 평균 53조~55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약 140조원을 산업 발전에 투자한 바 있다.

    삼성은 총 투자금액에서 30조원은 중국·베트남 등 해외 생산설비 증설, 20조원은 기업 인수합병(M&A)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사업 등에 약 25조원을 투자한다. 나머지는 대부분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국내는 생산거점인 평택공장 등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가 이뤄진다.

    투자 계획을 보면 향후 3년간 삼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에 연 평균 35조원 이상을 투자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경기 평택시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38조원을 투자했다.

    특히 삼성은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당초 삼성은 3년간 약 2만~2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대 2만명을 추가로 고용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을 위해 지속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국내 투자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에 따른 고용유발 40만명 △생산에 따른 고용유발 30만명 등 약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이 충원되면서 기존 및 신규 사이트에 대한 증설이 기대된다.

    이미 수주가 시작된 평택 반도체 2라인뿐만 아니라 견고한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연말 평택 3라인 착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산 디스플레이 A5공장은 기초 골조공사까지 수주한 상황으로, 이후 단계 발주와 추가 증설 수주도 예상된다. 폴더블 스마트폰 패널과 OLED 패널을 적기에 생산 공급하기 위해서는 추가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공장 증설 검토 등 바이오 시설에 대한 투자도 예상된다.

    그동안 평택 반도체 라인의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ENG가 7대 3 수준으로 수주했고, 디스플레이 공장은 삼성ENG가 100% 수주했다.

    A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구체적 사업과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택 반도체 라인과 아산 디스플레이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등이 증설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家 건설사들이 관련 일감을 수주하면서 실적 회복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삼성ENG의 경우 이번 투자계획이 '금상첨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잠정 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삼성ENG는 2분기 영업이익 439억원, 영업이익률 3.25%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의 경우 254% 급증했으며 영업이익률도 0.91%에서 2.34%p 뛰었다.

    특히 상반기 신규수주는 6조262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신규수주액 8조5333억원의 73.3%를 달성했다. 여기에 하반기 이후 미국 PTTGC 11억달러, 태국 타이오일 CFP 12억달러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추가 수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분기 풍부한 수주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수주잔고를 기록 중"이라며 "조금씩 정상궤도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그룹사 물량 증가 시그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은 앞서 2분기 조기 실행된 그룹 하이테크 물량으로 3분기 이후 실적 둔화가 전망됐으나,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삼성물산은 2분기에 영업이익 2430억원, 영업이익률 7.75%의 영업실적을 거둬들였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480억원에 비해 64.1% 급증했으며 영업이익률도 4.67%에서 3.08%p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요 원인을 하반기 계획돼 있던 고마진 하이테크 프로젝트들의 증액이 조기 실현된데다 판관비 감소 영향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아산 디스플레이 2264억원, 시안 반도체 1472억원 등이 증액됐다. 삼성물산 측은 그룹사 매출 비중이 건설 매출의 약 30%대인데, 2분기에는 평균보다 2%p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분기에는 예정됐던 하이테크 물량의 조기 실행으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애널은 "그룹 공사 매출 증가와 함께 수익성 개선이 나타났다"며 "조기 매출화 영향으로 그룹 공사 비중이 감소하는 하반기 이후는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번 하이테크 물량의 조기 실행이 아니었다면 실적 감소세가 이어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1분기 수주잔액은 28조8850억원으로, 지난해 말 29조9840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감소한 바 있다.

    다만 이들 건설사 모두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에 대한 소극적인 접근으로 일감이 줄어들고 있으며 삼성ENG는 적자 프로젝트의 지속으로 그룹 물량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ENG의 경우 지난해 말 매출 중 그룹 계열사 매출은 59.3%로, 전년보다 14.2%p 늘어났으며 삼성물산도 25.6%에서 31.7%로 6.1%p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