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측“신 회장, 다른 총수와 마찬가지로 불이익 두려워 자금 출연”안종범 증언, 신빙성 없어… 검찰의 유죄 프레임 기초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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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측이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은 청와대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시 신 회장이 가진 단순한 기대가 검찰의 잘못된 프레임으로 대가관계로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17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수감된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항소심 1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롯데 측 변호인단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최후변론으로 진행됐다.신 회장의 변론을 맡고 있는 이혜광 김앤장 변호사는 “신동빈 회장은 다른 기업 총수와 마찬가지로 최고권력자의 요구를 거절하면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불이익이 두려워 자금출연 요구에 응했다”고 말했다.이어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경영권 분쟁으로 나타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만 가지고 있었다”며 “검찰은 이를 대가를 바라고 청탁을 하기 위한 생각에서 만난 것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롯데 측 변호인단은 신동빈 회장이 가진 단순한 기대감을 청탁으로 오인한다면, 박 전 대통령의 지원요청을 받은 다른 기업들도 모두 뇌물혐의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이혜광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롯데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의 출연요청을 거부하지 못한 것”이라며 “K스포츠재단은 정부 주도로 공익적 목적에서 15개 기업이 지원해 설립한 재단이다. 당시 기업인들은 배후에 최순실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또한 검찰이 K스포츠재단 출연기업 중 롯데만 기소한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17억원, 하남스포츠센터 건립을 위해 70억원을 각각 출연한 바 있다.그러나 검찰은 17억원은 제외하고 70억원만 기소했다. 70억원이 출연금이 아닌 ‘사업자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롯데만 기소한 것에 대해선 설립자금 외에 추가적으로 자금을 낸 기업이 롯데 밖에 없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궁색한 말’이라고 검찰 논리에 강하게 반박했다.롯데 측은 “검찰이 롯데만 기소한 이유는 신동빈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현안 해결을 요청했다는 추측에 기인한다”며 “그러나 원심의 판결대로 면세점 특허 취득에 관한 명시적 청탁과 뇌물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검찰의 신동빈 회장에 대한 유죄 프레임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진술에 기반한다. 신 회장이 지난 2016년 3월 11일 안 전 수석과의 만남에서 면세점 관련 청탁이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수석이 관련 내용을 검찰 조사와 신문과정에서 모두 증언했다는 주장이다.이에 대해섣도 롯데 측 변호인단은 “안종범 전 수석의 진술은 유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그의 말을 믿기 어렵다는 것은 앞선 증인신문에서 나타났다. 재판부도 우리와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날 재판이 끝날 무렵 신동빈 회장은 직접 작성한 짧은 메모로 뇌물공여 건에 관한 입장을 설명했다.신 회장은 “대통령의 요청에 협조한 것인데 면세점과 관련해 청탁을 하고 뇌물을 제공했다고 구속됐다”며 “구치소에서 많은 생각을 해봤지만, 전혀 납득할 수 없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답답한 심정 뿐이다”고 토로했다.이어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이라며 “뇌물이라는 부정한 방법으로 경영한다는 것은 나의 소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끝으로 신동빈 회장은 재판부에 현재 느끼고 있는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올림픽 선수 육성을 위해 공적재단에 지원한 것에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호소다. 또 재계 5위 기업의 수장으로 6개월째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못하는 점도 강조했다.한편, 오는 22일 열리는 항소심 12차 공판에서는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변호인의 추가변론이 진행된다. 이어 재판부는 29일 변론종결기일을 통해 항소심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선고는 10월 초에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