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주도권, 브랜드에서 소비자로 이동 "개인 맞춤형 콘텐츠·커뮤니케이션 요구되는 시대, 경험을 연결하는 전략으로 브랜드 전략 새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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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김수경 기자]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이사가 급변하는 광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브랜드와 소비자를 1:1로 연결하는 '경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유정근 대표는 24일 제 11회 부산국제광고제 키노트 스피치 연설자로 강단에 올라 '라이프 쉐어(Life share) 시대의 브랜드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브랜드와 소비자 간 주도권이 브랜드에서 소비자로 넘어온 사실에 주목했다.
유 대표는 "디지털 기술 발전과 4차산업 혁명 등의 영향으로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하나의 브랜드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전파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브랜드들이 소비자를 컨트롤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IT기술과 빅데이터의 발전,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 등으로 개인과 브랜드가 직접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 개인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며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브랜드의 사실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고 주도권이 소비자로 넘어오면서 이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컨트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고 포지셔닝을 했지만 이제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전략을 짜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유 대표는 이를 'N브랜드' 시대라고 정의했다. 모든 브랜드가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브랜드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즉 'N분의 1' 개념이 됐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이제는 각 개인에게 맞춘 브랜드 콘텐츠를 전달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결국 한 개인의 일상 속에서 내가 가진 브랜드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을 중심으로 한 마켓 쉐어(market share), 소비자의 마음 지분을 의미하는 마인드 쉐어(mind share)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일생 생활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실제로 차지하는 가치를 뜻하는 라이프 쉐어(life share)라는 개념을 제일기획이 처음으로 도입했다"며 "일상 생활에서의 브랜드 가치는 곧 그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그는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최근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고 제품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을 망치로 깨보거나 화장품을 발라 보는 등 직접 경험을 중시한다"며 "심지어 이들은 전문가가 쓴 기사나 뉴스 조차도 믿지 않고 직접 사실을 확인해보려고 하고 그 경험을 SNS 등을 통해 공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전략이 인식에서 경험으로 바뀐 것"이라며 "이들에게 브랜드를 어떻게 체험시킬지, 어떻게 하면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 기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과거 브랜딩 전략이 브랜드에 쌓인 인식을 어떻게 강화시키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브랜드 경험을 설계한 뒤 소비자 일상 속에 작은 점(화두)을 그리고 이를 소비자의 일상과 개인의 취향, 특정 상황 등과 계속해서 확장시켜 선과 면으로 입체화하는 전략이 필요해졌다.
유 대표는 일본의 쌀 가게 브랜드인 '아코야메(Akomeya)'를 예로 들었다.
'아코야메'는 '쌀'이라는 하나의 점을 설계한 뒤 쌀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시켜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알린 사례로 꼽힌다.
이 곳의 대표 판매 품목은 25종에 달하는 쌀이지만 쌀 음식과 어울리는 소스, 시즈닝, 반찬, 1인용 포장 쌀, 주방용품, 쌀 요리책 등 쌀과 관련된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인기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유정근 대표는 "아코야마의 사례에서 보듯 경험의 시대가 오면서 모든 경험을 연결하는 브랜드 전략이 중요해졌다"며 "제일기획도 내부에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짜고 연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결하기 위한 커넥트플러스(connec+)를 중심으로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러한 시대에서 광고 에이전시의 역할은 경험을 통해서 라이프 쉐어 설계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광고가 브랜드를 서포트 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시장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전략을 새롭게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유정근 대표는 지난 1987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광고기획, 영업, 제작 등을 거친 광고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