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비닐 사용 자제 안내문 곳곳에 적극 참여… 일회용품·과대포장은 여전히 숙제
  • ▲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올해 4월 환경부와 ‘비닐·플라스틱 감축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협약식 체결 후 다섯 달째. 대형마트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 29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청과·야채 코너에 마련된 '비닐봉투 유상판매' 안내문의 모습.ⓒ한지명 기자
    ▲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올해 4월 환경부와 ‘비닐·플라스틱 감축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협약식 체결 후 다섯 달째. 대형마트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 29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청과·야채 코너에 마련된 '비닐봉투 유상판매' 안내문의 모습.ⓒ한지명 기자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올해 4월 환경부와 ‘비닐·플라스틱 감축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각 업체는 식료품 주변에 놓인 대형 비닐 롤백을 줄이고 소형 롤백을 늘리는 식으로 비닐 사용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이들은 “롤백(속비닐이 둥근 원통에 말려있는 것)을 비치하는 곳을 최소화하는 방식 등으로 2020년까지 비닐 사용량을 5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협약식 체결 후 다섯 달째. 대형마트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 29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청과·야채 코너에서 저녁 장을 보는 손님 10여 명이 진열대 앞에 비치된 비닐(속비닐)을 뜯어 과일 등 제품을 담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매장에 비치된 롤백에서 속비닐을 뜯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한 안내문이다. 

    ‘환경부 1회용품 사용규제에 따른 비닐봉투 유상판매 안내문’에는 생선·정육·채소·냉장보관 상품 구매시에만 속비닐이 한 장씩 무상 제공됨을 알렸다. 겉면에 수분이 있거나 수분이 발생하는 상품을 담기 위한 경우에만 비닐이 무상 제공된다는 것이었다. 이외의 경우는 20원씩 유상판매 된다는 방침이었다.

    소비자 대부분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주부 조현주(30·광진구) 씨는 “원래 장을 볼 때 코너마다 비치된 비닐을 생각 없이 뜯어서 사용했다”며 “비닐 한 장에 채소나 과일을 한꺼번에 담으니 불편하긴 했지만, 안내문을 보고 환경 문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됐다.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할 만 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속비닐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년 5~7월 대비 속비닐 사용량이 32.4%(사용금액 기준) 축소됐다. 속비닐로 인한 사용금액도 약 2억1800만원에서 금년 사용금액도 약 1억4400만원(5~7월기준)으로 줄어들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 내 속비닐 거치대 수량도 축소됐다. 현재까지 50% 이상 축소가 완료 됐다”고 전했다.
  • ▲ 같은 날 방문한 서울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 속비닐 제한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육류·수산 매장 앞에는 ‘비닐롤백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 달라’는 안내문이 배치됐다.ⓒ한지명 기자
    ▲ 같은 날 방문한 서울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 속비닐 제한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육류·수산 매장 앞에는 ‘비닐롤백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 달라’는 안내문이 배치됐다.ⓒ한지명 기자
    같은 날 방문한 서울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과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에서도 속비닐 제한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육류·수산 매장 앞에는 ‘비닐롤백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 달라’는 안내문이 배치됐다. 손질된 고기들은 스티로폼 트레이에 얹혀 투명한 랩으로 감싼, 이미 포장이 된 제품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안내문을 읽어본 뒤 추가 포장 없이 카트에 물건을 담았다.

    이마트는 현재 비닐롤백 사용량을 50% 가량 감축해 1억8000만원 가량 절감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롤백을 줄이고 소형롤백 비중을 늘리고 있다. 설치 자체를 축소하는 등 점차 롤백 사용 자체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속비닐 규격 조정’을 위해 롤백 크기를 기존 ‘350*450mm’에서 ‘300*400mm’로 일괄 조정하여 전점과 익스프레스(SSM)에서 적용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 내 사용하는 속비닐은 1년 단위 발주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재고가 있어 현 단계에서 사실상 정확한 사용량 확인은 어려우나, 연내 지속적인 속비닐 감축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통해 속비닐 사용량을 50% 이상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 ▲ 다만 ‘유색 스티로폼 트레이 퇴출’은 지지부진했다. 직접 둘러본 대형마트 3사 전 점포에서 류·어류 등 제품이 유색 트레이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다.ⓒ한지명 기자.
    ▲ 다만 ‘유색 스티로폼 트레이 퇴출’은 지지부진했다. 직접 둘러본 대형마트 3사 전 점포에서 류·어류 등 제품이 유색 트레이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다.ⓒ한지명 기자.
    다만 ‘유색 스티로폼 트레이 퇴출’은 지지부진했다. 직접 둘러본 대형마트 3사 전 점포에선 어류 등 제품이 유색 트레이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다. 

    일부 흰색 받침도 있었지만, 여전히 무늬가 인쇄된 코팅 받침을 사용하는 경우도 제품에 따라 30%에서 최대 60%가량 비치됐다.  스티로폼 받침은 색깔이 있거나 무늬가 인쇄된 경우 재활용품의 질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전량 소각·매립된다. 

    ‘1+1’ 상품과 같은 ‘묶음 상품’ 문제다. 이미 포장된 두 개 이상 제품을 또 다른 비닐봉투에 넣어 파는 제품이 수북이 쌓여있는 경우도 있었다.

    대형마트 측은 추가 포장 패키지 등은 지양하고 향후 매장 내 행사상품에 대한 추가 포장을 자제해 나갈 예정이다. 이마트의 경우 유제품 협력회사와의 추가포장 감축 간담회를 지난 5월 진행, 2입 상품과 멀티팩 상품 등 비닐팩 사용됐던 것을 종이팩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유색·코팅 트레이를 무색·무코팅 트레이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산 트레이의 경우 5월부터 변경을 시행 중이며, 축산 트레이의 경우 파트너사 재고 소진 이후 9월부터 시행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제조사로 인한 과대포장은 상품 입고 전 ‘포장검사 성적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제품 제작 단계부터 포장재를 줄이고자, 선물세트 포장재를 리폼해 고급 수납용 상자로 사용할 수 있는 ‘리사이클 박스’를 개발했다.

    박병우 롯데마트 모바일총괄 MD(상품기획자)는 “롯데마트를 포함한 모든 유통업체가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리사이클 박스’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았다”며 “명절 기간 버려지는 폐 선물세트 상자가 줄어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