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뉴효성' 출범… 오르지 않는 주가 '고심'CJ그룹, 지배구조 개편 불구 일감몰아주기 논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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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전반에 지배구조 개편 및 일감몰아주기 해소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유무형 압박에 저마다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올들어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한화, 효성 등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그룹 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정부가 여전히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만큼 남아 있는 지배구조 관련 이슈들을 해결하기 애를 쓰고 있다.

    먼저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하고 이사회 중심 경영 및 계열사 독립 책임 경영 강화 방안을 담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H솔루션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게 됐다.

    아울러 한화는 투명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룹 경영기획실도 해체했다. 그룹 출신이 아닌 외부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그룹 내 경영자문기구 '경영조정위원회'도 해체해 최상위 지배회사 ㈜한화에 그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효성그룹도 지난 6월 지주회사 ㈜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뉴 효성'을 출범했다. 조현준 회장이 강조한 것도 역시 투명성이다. 그는 ㈜효성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각 사업 회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하게 했다.

    효성은 지주사와 사업회사 등 5개 회사에 사내이사 11명, 사외이사 20명의 이사진을 선임했다. 효성은 앞으로 각 사업회사들이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운영될 수 있도록 감독함으로써 지배 구조개선과 투명경영 실현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CJ도 선제적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복귀와 함께 CJ(주)는 지난해 말부터 CJ제일제당에 CJ대한통운 지분 20.1%와 CJ건설을 양도하고 CJ제일제당 지분을 36.69%에서 44.57%로 늘리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있던 조이렌트카를 매각하기도 했다.

    ◆완전한 지배구조 개편 '산넘어 산'… 금융계열사 정리·규제 강화


    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투명성이 높아지고 책임경영도 확대됐지만, 몇몇 기업들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더군다나 공정거래법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것도 부담이다.

    한화는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현재 형식상 지주회사 구조를 갖춰놓고 있지만, ㈜한화 대표성을 높이고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택한 지주사 전환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해도 금산분리 규제 해소를 위해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효성 역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사 전환 후 2년 내에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을 정리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계열사 보유가 금지돼 있다. ㈜효성은 효성캐피탈의 9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체적인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은 외부 매각으로 알려졌다.

    CJ의 경우, 여전히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에 관심이 쏠린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회장을 비롯해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등 총수 일가 지분만 40%가 넘는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될 경우, 상장·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 비중을 20%로 줄여야 한다. 때문에 기업공개(IPO)와 외부 매각 등 여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에도 "마음대로 안되는 주가"…경기 악화·불확실성 여전


    무엇보다 기업들의 속을 썩이는 건 오르지 않는 주가다. 지배구조 개편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한 과정인 만큼, 기업가치와 주가 모멘텀에 긍정적으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가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지 않아 우리도 고민"이라며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효성 주가는 상장 당일 시초가 기준 7만9300원에서 현재 4만5000원대로 40% 이상 하락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효성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효성 목표주가는 9만4687원으로 3개월 전(17만2500원) 대비 하향 조정됐다.

    CJ의 경우 지난해 초 20만원까지 올랐었지만 현재 13만2000원으로 30% 이상 하락했다. CJ가 지난달 지주회사 전환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28만7770주(약 400억원)를 매입한다고 결정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목표주가도 18만6571원으로 3개월 전(20만6750원)에 비해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기업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로 내수경기 악화가 지속되는데다가 각 사업별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구조조정 체질개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효성의 경우 아직 유상증자 등 지주회사 전환까지 남은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가 움직임에 탄력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 지배구조가 바뀐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움직이긴 하지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를 비롯해 비상장 회사들의 가치가 중요하다"며 "향후 지주사에 가치를 부여할 비상장 계열사가 있다면 주가에 플러스가 될 테지만, 현재 몇몇 기업들은 이런게 안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