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해외점포 총 433개…6년새 20% 급증현지 금융사 인수합병 통해 영업력 확대 주력미중 무역전쟁, 美 금리 인상 탓 '위험성' 커져
  • 국내 금융사들이 선진국에서 벗어나 아시아 신흥국으로 해외진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위험관리 우려도 함께 커지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국가별 전체 해외점포는 433개로, 6년 사이 20.7% 성장했다.

    이중 은행(186개)이 43%로 전체 해외점포 중 가장 많았고, 금융투자사(116개)가 37%, 보험사(84개) 19%, 여신전문금융사(45개) 10% 등을 차지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금융사들이 점찍은 해외시장은 미국, 중국 등 선진국이 아닌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5년 외국은행의 자국은행 인수합병 규제 완화로 2016년부터 은행과 카드사 중심으로 진출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해외점포 중 중국(14.8%)과 미국(12.8%)의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2011년 말과 비교하면 각각 4.3%, 1.8% 축소됐다. 국내 금융사 해외진출의 특정국 쏠림 현상이 소폭 완화된 셈이다.

    홍콩, 싱가포르, 영국 등 금융중심지도 금융투자사 중심으로 활발한 진출이 이뤄졌지만, 영업 손실 부진 등으로 관심이 떨어졌다. 증권사의 해외점포 자기자본 규모가 대부분 100억원 이하로 영세한 탓이 컸다.

    국가별 해외점포 현황을 보면 5년 사이 신흥국은 인도네시아 12개, 베트남 9개, 인도 8개 등 늘어난 반면 선진국은 소폭 줄거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처럼 금융사들은 신흥국 금융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현지 금융사 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영업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현지법인 및 지점은 확대하고 영업기능이 없는 사무소는 줄여가고 있으며, 전체 해외점포의 68%(지난해 말 기준)이 현지법인 및 지점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소액대출업, 할부금융업 등은 여전사의 진출이 활발하다.
  • ▲ ⓒ자본시장연구원
    ▲ ⓒ자본시장연구원
    하지만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국내 금융사의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이슈가 일부 취약한 신흥국의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도 이를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보영 선임연구원은 "2015년 이후 진출이 증가한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외화대출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특정 신흥국에 우리나라 해외점포가 집중된 만큼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필요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외화대출 규모는 1068억4000만 달러다. 2015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해외진출 법인의 유가증권 투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3월 말 기준 유가증권 투자는 1128억9000만 달러로, 2년 사이 600억 달러 이상 급증했다.

    이에 감독당국은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이후 금융사가 집중된 지역의 대외 익스포져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3월 말 기준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4개 취약 신흥국에 대한 대외 익스포져는 132억 달러다. 이중 인도네시아가 94억4000만 달러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