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물산 3분기 누계 93억달러… 전체 수주액 42%삼성ENG, 4분기 연속 10억달러 돌파… 최성안 체제 후 공격적 행보
  •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 부문 본사가 있는 서울 강동구 소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삼성엔지니어링
    ▲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 부문 본사가 있는 서울 강동구 소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삼성엔지니어링
    국내 건설기업들의 올해 해외수주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면서 부진을 이어갔지만,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등 삼성家 건설 형제들의 수주액은 대폭 증가했다. 각각 중동 지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펼친 결과다. 다만 삼성ENG의 경우 과거 어닝쇼크를 경험한 만큼 추후 수익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삼성ENG와 삼성물산의 올해 3분기 누적 해외수주액은 총 9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억달러보다 4.12배 뛰었다. 이는 국내 건설업계 전체 수주액 222억달러의 4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기간 삼성ENG가 58억달러로 업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삼성물산은 34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올 초 활발한 수주활동을 펼쳤던 SK건설은 3분기 주춤하면서 27억달러에 그쳤고, 지난해 48억달러로 업계 최고 수주고를 기록한 현대엔지니어링은 19억달러로 다소 부진했다. 이 외 10억달러 이상 확보한 곳은 포스코건설(12억달러)과 현대건설(10억달러) 뿐이다.

    삼성물산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수주에 집중하면서 3분기까지 해외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1배 증가했다. 상반기 5100억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자와-원 복합화력', 50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남북간 고속도로 N107구간' 등을 수주했고, 8월에는 8000억원 규모의 호주 '시드니 지하차도 연결공사' 시공권을 따냈다.

    삼성물산의 상반기 해외수주 잔고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10조원 이상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져갔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수익성에 기반한 수주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ENG는 지난해 8월 2조원 규모의 오만 정유플랜트 수주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 △UAE 원유처리시설(CEP) 3조4000억원 △UAE 폐열회수처리시설(HWRP) 5100억원 등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10억달러 이상 신규수주를 이어갔다.

    삼성ENG의 공격적인 수주행보는 지난해 말 최성안 사장이 선임되면서 예견된 일이다. 최 사장은 1989년 삼성ENG에 입사한 뒤 화공사업본부장, 플랜트사업1본부장 등을 역임한 화공플랜트 전문가다. 사장 선임 당시 삼성ENG 측은 "최 사장은 견실경영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조기에 회복하면서 회사의 제2 도약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실제 삼성ENG의 상반기 수주잔액은 13조754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조9625억원보다 2배가량 증가하면서 실적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세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ENG는 강력한 수주 기조 지속으로 내년부터 매출 성장과 함께 현안 프로젝트 마무리에 따른 이익 확대 기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엔지니어링이 2010년 완공한 태국 GSP-6 가스 플랜트 전경 ⓒ삼성엔지니어링
    ▲ 삼성엔지니어링이 2010년 완공한 태국 GSP-6 가스 플랜트 전경 ⓒ삼성엔지니어링
    다만 삼성ENG의 이 같은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택사업을 하지 않는 삼성ENG가 국내 부동산시장 호황을 누린 다른 대형건설사들과 외형 '키 맞추기'를 위해 무리하게 수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유화플랜트가 주력 사업인 삼성ENG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물론, 중동을 벗어난 지역다각화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업들의 경우 원가나 공정관리는 잘 하고 있지만, 손실이 예상되면서도 그에 따른 후속 사업 기대감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등 전략적으로 수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단순 수주액보다 추후 정산을 통한 수익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삼성ENG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가스와 얀부 발전, UAE CBDC 정유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원가가 상승해 1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경험이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ENG는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수주잔고가 증가했으나, 지속적인 수주 확대와 이익 정상화에 대한 불신을 먼저 벗어내야 한다"며 "저수익 공사 준공과 신규 프로젝트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GS건설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40억달러 이상의 해외수주를 기록하면서 외형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2013년 이후 5년간 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적자만 1조원에 달하는 등 저가수주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이후 GS건설의 해외수주는 지속 감소하기 시작했고, 올 들어 3분기까지 수주액은 8억달러에 불과하다.

    대우건설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해외에서 30억달러 이상의 수주고를 올렸지만 사우디 자잔 플랜트, 알제리 RDPP 플랜트 등에서 발생한 손실을 2016년 '빅배스' 단행을 통해 반영하면서 46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은 2000년대 중·후반 해외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입찰 경쟁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후 해외수주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는 동시에 호황을 맞은 주택사업에 집중했다.

    GS건설의 경우 2014년 건축·주택사업 수주액은 3조238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부터 주택 부문에서만 매년 6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리면서 해외 손실을 상쇄했다. 실제로 GS건설은 2013년 영업손실 9354억원을 기록한 후 매년 연간 흑자를 유지했다. 대우건설 역시 주택사업 수주액이 2014년 3조7899억원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5조5917억원을 기록했다.

    이용광 해건협 사업관리실장은 "과거 입찰경쟁 심화에 따른 저가 수주로 인해 국내 건설사들이 어닝쇼크를 겪은 이후 수주활동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이 가격을 앞세운 공격적인 수주행보를 보이고 있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ENG 측은 "해외시장이 좋아지고 있고, 입찰시 내부절차를 강화하는 등 수익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