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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유럽 방문길에서 "도심 업무용 빌딩을 활용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심에 주택을 공급해 도심공동화를 해소하고, 집값 안정에도 기여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반해 상업용에서 주거용으로 변경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을 뿐더러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민간사업자들을 유인할 인센티브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상업지역의 주거용 비율과 용적률을 높이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21일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에 따른 후속 조처다.
당시 국토부는 현행 20~30% 이상인 서울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 건물의 주거 외 용도 비율을 일괄 20%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고, 주거용 부분의 용적률을 현행 400% 이하에서 600% 이하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건물주는 높아진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 조례는 개정 뒤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시는 조례가 개정되면 자연스럽게 도심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주택을 중산층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박원순 시장의 구상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만큼 임대보증금도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둘 계획이다.
박 시장은 "노후 건물 자리에 높은 층수의 주상복합빌딩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도심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도심의 빈 업무용 빌딩 일부에 공공임대나 분양주택을 만들면 주택 공급도 늘리고 침체된 지역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 공공임대주택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외곽에 택지를 개발하려면 시간과 인프라 개발 비용 등이 꽤 필요하지만, 도심역세권이나 상업지구 등에 주거 기능을 포함한 고밀도 개발을 하는 것은 이에 비해 효율적"이라며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9.21 공급대책과도 닿아있어 국토부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건물 용도변경 등은 시가 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도심 내 주택 공급이라는 것이 재건축·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이나 그린벨트 해제 말고는 없는 상황에서 그런 것을 손대지 않는 선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한 것 같다"며 "기존 도심을 공동화하지 않으면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오피스 공실을 일정 부분 해소하면서 주거지도 조성하겠다는 방향인 만큼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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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업무용 빌딩을 주거용 시설로 바꾸기 위해서는 바닥 난방부터 욕실·주방 등 주거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변창흠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장은 "현행 주택법은 공동주택의 경우 가구당 1대 이상의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도심 업무용 빌딩의 경우 주차장을 추가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중앙정부와 협의해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토지주택실 관계자도 "사무용 빌딩을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하려면 바닥 난방을 넣어야 하고 일조권·주차장 등도 확보해야 되기 때문에 법적·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동주택의 기본시설을 갖추지 않은 주택을 도심에 공급하는 것은 결국 주거 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무용을 주거용 시설로 변경하려면 기존 건물들의 경우 리모델링이 전면적으로 필요하고 새 건물을 짓더라도 실질적 민간사업자들의 반대 가능성도 높은 상황인 만큼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건물주가 임대주택을 안 내주면 그만인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임대주택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규제로 시행할 경우에는 사유재산권이 침해될 소지마저 있고,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용적률을 상향시켜 준다는 방침을 내건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법을 바꿔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파이낸싱이나 수익률 면에서 사업이 가능하게 하려면 정교하게 정책을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무엇보다 민간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얼마나 줄지 구체적인 방안이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시장에 부적절한 개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무용 빌딩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한 상업지역 내 주거비율 상향과 준주거지 용적률 상향 등 잇단 규제가 자칫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산업팀장은 "서울시가 진행 중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도 용적률을 올려주면서 임대주택을 넣도록 했지만, 그 수는 극히 미미하다"며 "대신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변 땅값이 뛰어 민간사업자들은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도심 공공임대주택 공급 대상으로 중산층을 언급한 것을 두고 현실을 잘 모르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강남구 A공인 대표는 "도심이면 임대료도 상당할 텐데 집을 고를 때 주거환경과 자산가치 상승 여력 등을 따지는 중산층이 굳이 임대주택을 선택할 지 의문"이라며 "얼마나 합리적 가격에 고급스럽게 꾸밀지는 몰라도 지금 시장에서는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조차 선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팀장은 "중산층은 도심 임대주택보다 좋은 곳에 거주하려 할 것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박 시장의 도심 공공임대주택 공급 구상이 주태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절대 안 된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권대중 교수는 "도심 집약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더라도 서울 주변에 있는 그린벨트는 절대 해제하지 않겠다는 박 시장의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 시장은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분양이 많아지면 주택가격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공공임대를 위주로 하면서 도심에 주거와 업무공간이 복합된 높은 건물을 올리자는 것"이라고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