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점 베트남, 필리핀 등 재환전 거부“3만원 현금수송비용 아까워” 지점장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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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씨는 연휴 동안 가족들과 함께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모처럼 가족들과 해외에서 추억을 남긴 그는 여행에서 남은 돈을 환전하기 위해 은행에 갔지만 불쾌한 경험을 했다. 베트남 동(VN)은 우리 지점에서 환전할 수 없으니 1km나 떨어진 지점에 가라는 것이었다. 왜 지점에 안내문이 없었냐고 물어보니 직원은 지점 지침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일부 은행에선 달러, 엔화, 유로화 외 신흥국 통화에 대한 재환전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거부하는 이유는 이들 나라의 통화를 원화로 바꿀 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은 지점이 지불한다.

    지점에선 외화를 받으면 위폐 감별을 위해 본점 또는 모점으로 현금을 다시 보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현금 수송 비용은 규모가 아닌 건수에 따라 최대 3만원이 발생한다.

    외화는 받은 즉시 위폐 감별을 거쳐야 하므로 재환전 고객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특히 환전 거부 행위는 본점의 지침이 아닌 지점장의 재량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 은행원은 “동남아 통화의 경우 국내 유통량이 많지 않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화를 받아도 현금 수송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부 지점장은 실적 관리 차원에서 신흥국 통화는 받지 말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고객으로선 은행의 이 같은 태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알뜰한 여행을 위해 경비를 아껴도 남은 돈은 다시 원화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동의 경우 5000동 이하는 지점에서 받아주지도 않는다. 화폐 단위가 크지만, 원화로 바꾸면 몇백 원에 불과한 것도 이유다.

    한 고객은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편의성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지점 내 금융서비스는 더 불편해지는 것 같다”라며 “외환 재환전도 은행 동전교환기가 사라진 것처럼 고객 편의성을 무시한 채 은행 수익성에만 맞춰 사라지는 게 아니냐”라고 불만을 토했다.

    또 다른 고객은 “이럴 바에는 돈을 더 못 받더라도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환전하는 게 마음이 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재환전할 경우 일반 지점보다 더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 꺼림칙하다.

    한편 올해 추석연휴 기간 동안 해외여행객은 약 77만7000명에 달했다. 해외여행지는 동남아시아가 28.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 중국, 동북아 순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의 최대 휴양지는 동남아시아지만 이들을 위한 금융서비스는 개선이 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