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가 더 안올린다" "적대적 M&A 철회 먼저"'승자의 저주' 부담… 책임 떠넘기기 시작14일 공개매수 종료… 11일 방어책 나올 듯
  •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두고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물밑 수싸움이 치열하다. 금융당국이 출혈 경쟁 양상에 엄중 경고를 날리며 분쟁이 겉으론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공개매수가격을 둘러싼 전략싸움은 ‘정중동(靜中動)’ 행보로 계속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 측은 조만간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 인상 여부 등 전략을 밝힐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내부에서는 전략회의가 이어지는 중으로, 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오는 14일 이전인 11일께 ‘반격 카드’가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MBK 연합은 전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나친 공개매수가격 경쟁은 결국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에 대해 엄정한 관리·감독 및 불공정거래 조사를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MBK 측은 “현재 공개매수가 이상의 가격 경쟁은 회사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떨어뜨린다”며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과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MBK 연합의 이같은 발표 직후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MBK·영풍은 적대적 공개매수를 10월 14일까지 유지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적법하게 철회하라”며 “공개매수 종료일을 닷새 앞두고 더 이상 공개매수가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투자자들을 향해 ‘14일까지 공개매수에 응하라’는 유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MBK 측이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승자의 저주’에 대한 책임론을 고려아연에 떠넘기고, 공개매수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MBK는 출혈 경쟁을 지양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가격 인상 부담을 덜고, 고려아연의 가격 인상을 압박하게 된 모습이다.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은 각각 주당 83만원, 3만원으로 양측이 같다. 최소 매입 수량도 양측 모두 없애 가격과 물량에서 조건이 동등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MBK 측의 공개매수가 오는 14일 종료된다.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는 영풍정밀 21일, 고려아연 23일이다.

    주주 입장에선 같은 가격이라면 먼저 사준다는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같은 조건이라면 MBK와 최 회장 양쪽 모두에 응하거나, 먼저 끝나는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편이 공개매수 청약 확률을 높여 확실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일 또는 14일이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상 종료시점 10일 이내에 공개매수가격을 올릴 경우 그 시점부터 공개매수 종료일이 10일 연장된다. 이를 감안하면 최 회장 측이 현재 종료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는 11일까지 조정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2일 이후에도 가격을 변경할 수는 있지만 그때는 공개매수 종료 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MBK 측이 이보다 앞서 공개매수에 성공해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 MBK가 입장을 바꿔 14일 가격을 또 올린다면, MBK의 공개매수 기간 역시 열흘 더 연장된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고려아연,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높여서 MBK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동시에 과반 지분확보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우선 경영권을 지켜낸 이후, 법적 리스크 및 재무 부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내놓을 것이란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