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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탁을 종합자산관리의 만능열쇠로 키우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고령화와 저금리 시대에 신탁을 상속이나 은퇴설계에 활용하도록 하면서 자산관리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돈이나 부동산은 물론 부채나 보험금청구권으로 진화한 다양한 자산을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신탁의 확장성과 유연함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신탁활성화 체감에 더딘 반응이다. 신탁업이 각종 규제에 발이 묶여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신탁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위해 재신탁을 허용해 달라며 금융당국에 수년째 요청했지만 깜깜무소식이다.
재신탁이란 수탁자가 수익자의 동의 아래 신탁목적 달성을 위해 신탁재산을 제3자에게 신탁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은행·증권·보험 등의 겸영 신탁사가 부동산을 수탁한 후 필요에 따라 부동산 개발·관리 전문업체에게 해당 부동산을 재신탁 할 수 있다.
신탁사 입장에서는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토지 등 비금융 자산을 종합 관리하는 상품을 만드는 등 부동산신탁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은행권에서는 대부분 담보신탁 중심으로 관리신탁이나 처분신탁에 대한 재신탁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재신탁 제한은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거래질서 확보를 위한 취지에서 규정됐다.
은행들은 부동산신탁 등 은행에서 실질적 운용이 곤란한 자산에 대해서도 재신탁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이다.
재신탁을 허용하더라도 별도 계정 운용 등의 방법을 통해 투명하게 자산이 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가 은행과 증권사, 부동산신탁사 등 각각의 금융사를 통해 신탁자산을 관리하는 현행은 금융거래 편익 측면에서 불편함이 존재한다"며 "신탁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위해 개정 신탁법을 통해 도입된 '재신탁'(신탁법 제3조 제5항)을 자본시장법에 반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재신탁이 활성화돼 사무실, 주택, 상가 등 다양한 유형의 부동산에 대해 관리신탁, 처분신탁, 대리사무와 같은 부동산관리업무가 재신탁을 통한 관리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부동산의 관리‧처분 등 은행에서 실질적 운용이 어려운 자산은 전문회사에서 재신탁이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년째 검토중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초부터 금융개혁 5대 중점 추진과제로 신탁업제도 전면 개편을 꼽으며, 기획재정부와 법무부와 머리를 맞대고 관계부처 협동회의를 진행했다.
신탁이 자본시장법에 묶이면서 여러 재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신탁 본연의 장점이 퇴색됐다고 보고 이에 대한 보완을 예고했다. 신탁업 진입 기준을 완화하고 운용 자율성도 확대하는 등 대수술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대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제도개선이 지지부진해 신탁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 위주에서 유언대용신탁 등 재산신탁의 역할이 늘어나다보니 현재의 자본시장법 굴레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춘 발 빠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