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금통위원 2人 소수의견 주장"우리경제 펀더멘털 양호…외인 자본유출 가능성 낮아"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며, 금융불균형 축소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한·미 내외금리 차 확대는 부담 요인이지만,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해 자금 유출에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상향 조정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소폭 인상했지만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완화적인 만큼 우리 경제가 크게 위축되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금융불균형 해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불균형을 초래하는 중요 지표로는 가계부채 누증 상황을 꼽았다. 

    3분기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51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5조1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계소득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총재는 "불균형 누적은 저금리 장기화와 함께 다른 요인도 복합 작용하는 만큼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 산업 정책 등도 같이 가야 해소될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고 주택시장 안정 대책도 펴고 있어 금융안정 면에서 모든 효과가 작용해 불균형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국내 경기 지표가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에 이 총재는 "내년 경제를 보면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많고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2% 중·후반대 성장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 유출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이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미 금리 차는 0.7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미국이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미 금리 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여기에 한은이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금리를 올렸지만, 경기 둔화로 당분간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이 총재는 "미국이 내년에도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내외금리 차가 확대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우리나라 경상수지의 큰 폭 흑자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는 크게 안 해도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본 유출은 펀더멘털이 가장 중요한데, 금리 차가 0.75%포인트로 확대될 때까지 자본 유출에 큰 문제가 없고 안정적이라는 건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국제 투자자들의 인식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본 유출에 대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미 금리 인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취약국 금융불안이나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성향이 확대될 경우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향후 경기와 물가 등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고려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금리 효과, 대외 불확실성 요인의 변화가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 증가세 추이 등을 자세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위원 7명 중 조동철 위원과 신인석 위원이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인상 시에도 1명의 소수의견이 있었다.

    이에 이 총재는 "소수의견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 현 상황에 대한 시각이 다른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돼 정책 방향성이 정해진다면 만장일치겠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볼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