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주도 없던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 최대 주주 등극합병 통해 '54.73%' 확보… 모친 우현희 이사장 지분도 10.94% 매출 4조 대형건설사 탄생…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위 압박도 피해
  • ▲ 호반건설. ⓒ연합뉴스
    ▲ 호반건설. ⓒ연합뉴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미래전략실 대표(부사장)가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호반(옛 호반건설주택)과의 합병 과정에서 승계구도의 큰 그림을 그렸다는 평이다. 호반은 이번 합병에 이어 내년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어 승계 작업 마무리뿐만 아니라 표면적 이유인 기업가치 극대화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반건설은 김대헌 대표가 호반건설의 주식 151만3705주(54.73%)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공시했다.

    김 대표가 호반건설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호반이 호반건설에 흡수 합병됐기 때문이다. 호반건설 지분이 단 한 주도 없었지만, 보유하고 있던 호반 주식으로 호반건설 주식으로 교환받은 것이다.

    앞서 호반과 호반건설은 지난달 합병을 완료했다. 존속법인은 호반건설, 소멸법인은 호반이다. 합병비율은 1대 5.88 수준에서 이뤄졌다. 호반의 매출이 호반건설보다 더 크다보니 기존에 공시한 1대 4.52보다 높은 수준에서 합병이 이뤄졌다.

    김 대표 외에도 김상열 회장의 아내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도 호반건설 신주를 배정받았다. 호반 2대 주주였던 우현희 이사장은 신주와 기존 지분(4.74%)을 더해 호반건설 지분 29만9930주(10.94%)를 취득하게 됐다. 김 대표와 우 이사장의 지분율이 커지면서 김 회장의 지분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가 가진 주식 수는 변동이 없지만, 지분율은 29.08%에서 10.57%로 낮아졌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호반건설의 지분을 절반 이상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승계구도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내년 상반기 IPO를 앞두고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 호반에 입사한 지 7년 만이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경영부문장과 미래전략실 대표 업무를 함께 맡을 예정이다.

    호반건설 측은 "기존 미래전략실 업무인 신사업 발굴, M&A 업무에 인사·회계·총무 등 경영 관련 업무를 추가적으로 맡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사내이사에도 등재됐다. 호반건설은 합병 후 김 회장, 송종민 총괄사장, 박철희 사업 부문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사내이사에는 이들 세 명 외에 김 대표가 추가로 이름을 올렸다. 우 이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이름이 빠졌다.

    업계에서는 호반이 사실상 2세 경영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가 아직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중견건설사 오너 2세 대부분이 30대 중후반부터 대표 자리에 올라 경영전면에 나선 선례를 감안하면 내년 상장 이후에는 호반건설의 새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호반건설과 호반 간의 합병, 내년 기업공개 추진 등 속도를 보면 경영승계를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나선 신호로 볼 수 있다"며 "김 대표가 경영부문장을 맡은 만큼 경영능력 여부에 따라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장남이, 주택 브랜드 '베르디움'은 장녀 윤혜씨(27)가, 토목이나 SOC를 맡는 호반산업은 차남 민성씨(24)가 맡는 것으로 교통 정리된 모습이다. 실제 윤혜씨는 호반의 쇼핑몰 브랜드인 '아브뉴프랑'의 마케팅실장을 맡고 있으며 민성씨는 호반산업 지분을 72.37%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표면적으로 언급한 합병 시너지도 기대된다.

    당장 매출액 규모만 보더라도 연 4조원 규모의 대형건설사가 탄생하게 된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연결 기준 1조3104억원, 호반은 2조6159억원이다. 시공능력평가액 역시 합산하면 3조9478억원으로, 10위인 HDC현대산업개발 3조4281억원보다 앞설 뿐더러 9위 SK건설(3만9578억원)의 턱 밑까지 추격한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이번 합병으로 분양실적과 재무구조가 우수한 호반의 주택사업과 자본을 승계해 영업실적 및 자기가본 여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호반과 과거부터 사업 및 재무 위험을 사실상 공유해왔던 만큼 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에서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공시대상으로 지정돼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여기에 가업 승계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증여세에 부담도 일정 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상열 회장이 M&A 경영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신중경영으로도 잘 알려져있다"며 "이번 상장과 합병도 여러 가지 그룹 내 여건과 승계 경영 등까지 감안해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대표의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김 회장 주도 하에 2세 경영수업까지 가미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호반건설은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