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축산물시장 상인들 “내년 경기 안정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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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얼마씩이에요?, 뒷다릿살 4kg에 2만원.”지난 31일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 소매 축산점을 운영하는 김순희씨(65·가명)는 고객의 주문에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보기 좋게 잘라 봉지에 담았다. 그러더니 추가로 고기 한 덩어리를 듬성 잘라냈다. “500g은 서비스야.” 세밑 전통시장의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달 31일 낮 마장동축산장은 사람들로 북적됐다. 골목 곳곳에는 고기를 구매하려는 사람들과 동남아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 호객하는 상인들까지 뒤엉켜 북적됐다.하지만 이런 풍경과 달리 상인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30년째 축산물시장에서 고기를 판매한다는 상인은 “요새 장사가 잘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 많이 안 좋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어 “장사가 잘돼야, 식당에서도 물건(고기)을 가져가는데... 식당도 인건비가 비싸니까, 종업원을 못 쓰고. 시장도 죄다 궂은 일은 중국 사람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또 다른 상인은 “옛날부터 ‘우시장이 장사가 잘되면 대한민국 경제가 활성화 된거다’는 말이 있었다. 요새는 정말 한산한 거다. 옛날에 대목일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다. 우시장이 경기가 안좋으면 다른 데는 더 심한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돼지고기 가격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12월31일 전국 도매시장 가격(제주제외)이 지육kg당 평균 3115원까지 떨어졌다. 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축산분야 관측 전망에 따르면 올해 1월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등급판정 마릿수 증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상인 이철복씨(67·가명)는 “삼겹살이 20000원에서 12월 초에는 17000원으로 떨어졌다. 요새는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하루에 몇십원에서 몇백원까지 오르고 있으니 희망적으로 지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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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한 겨울 추위처럼 꽁꽁 얼어붙었지만, 시장의 따뜻한 정(情)만큼은 매서운 한파도 비껴갔다.
“드셔보셔. 영광에서 쪄온 거야” 기자에게 송편을 건네는 상인도 있었다. 날이 춥다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는 이도 있었다.한 축산 소매점에서는 기분 좋은 실랑이가 오갔다. 종암시장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한다는 부 티 프엉(35·베트남) 씨는 단골집인 H축산을 찾았다. 그는 쌀국수에 들어갈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마장동에 들린다고 했다.고기를 주문한 부 티 프엉씨는 가방에서 직접 만든 월남쌈을 꺼내 가게 주인에게 건넸다. 상인은 한사코 거절하다 돼지고기 한 덩어리를 크게 썰어 봉지 안에 넣었다. 상인은 “월남쌈 잘 먹을게. 서비스를 받아야 내가 다음에 또 얻어먹지. 새해 복 많이 받아”하고 웃었다.관광객들도 삼삼오오 모여 축산시장이 신기한 듯 고기를 써는 과정을 지켜보며, 서툰 손길로 지폐 몇 장을 꺼내 고깃값을 치렀다. 홍콩에서 가족들과 온 라이언(43)씨는 “방송에서 한국의 마장동 축산시장이 방송된 것을 보고 찾았다. ‘아시아 최대 고기 천국’이라는 명칭답게 고기가 많아 춥지만 재밌게 관광 중이다. 오늘 소고기를 먹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오후 5시. 2018년 마지막 영업을 정리하려는 상인들의 손길로 분주했다. 한 상인은 “새해에는 경기가 나아져야 하는데, 최저시급이 또 올라서 걱정이다. 예전엔 돼지고기를 하루에 7~8마리 팔았다면, 지금은 2마리 정도 판매한다. 경기가 좋아져 시장 분위기도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