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더위에 수입육 수입 증가돼지 가격 하락으로 농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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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사료비, 방역비 등 원자재 값이 연일 오르면서 정말 힘들었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 한 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돈인들은 "좌절 속에서도 올해 돼지해를 맞아 가장 중요한 해"라고 말한다.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유만곤 씨(54)의 서울농장.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돌면서 이곳 농장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입구부터 차량은 물론 물품 하나하나까지 자외선 소독을 하고 있었다.
유 씨는 1996년 6월부터 사업을 시작, 현재 2500마리를 키우고 있는 베테랑 양돈인이다. 영하 9도의 날씨에도 그와 3명의 직원과 함께 땀 흘리고 있었다.
농장 내부는 분만실, 수유 돼지실 등 방이 구별돼 있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돼지를 위해 한겨울에도 영상 24도, 습도 70%가 유지된다.
그는 "지난해 여름 엄청 더웠다. 냉방 시설이 있지만 폐사도 했다"면서 "돼지는 보통 180일 정도에 출하하는데 보름 가까이 지연되기도 했다. 날씨 때문에 스트레스로 성장이 더뎌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생산하는 돼지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만큼 안전하고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한다는 얘기다. 서울농장은 무항생제로 사육해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으며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도 받았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역시 사료로 '일반 사료와 달리 유황과 옻 추출한 사료'라고 강조했다. 사료비는 생산비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곳의 돼지들은 브랜드 안성 축협 출하돼 소비자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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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돼지고기(냉장 삼겹살) 100g의 소매가격은 178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1원으로6.5%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23원보다도 7.1% 낮다.
보통 비수기인 10월을 지나 11월 김장철과 12월 연말이 되면 수요가 늘면서 소비가 살아나고 가격도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이마저도 없다.
이는 돼지 도축 수 증가로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돼지 도축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730만마리로 역대 처음으로 1700만마리를 넘어섰다
여기에 시장 개방에 따라 축산물이 국내시장에 줄줄이 들어오고 있는 것도 국내 돼지농가를 힘들게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1월까지 돼지고기 수입량은 42만3000여t으로 지난 2017년 전체 수입량 36만9000t을 앞질렀다.
그는 "국내 양돈 농가의 위기는 복합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소비가 줄고 생산이 5% 정도 증가한 것도 있지만 수입육이 들어오는 곳이 많다. 지난해만 3배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돼지 가격이 1996년 보다 낮은데 사료비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전체 양돈농가로 볼 때 10~15% 마이너스 성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적지근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정부 역시 자금을 긴급 투입해 육가공 보조 수매를 하고 있는데 그자체가 많으니깐 될지 모르겠다"면서 "실질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가격 갭차이를 줄여야 할 것"고 설명했다.
올해 계획에 대해 그는 품질과 생산성 높이기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이 생산성이다. 올해는 마리당 21두를 출하하는 게 목표"라면서 "이는 상위 10%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가축질병과 가축분뇨 등으로 인한 환경문제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냄새를 막기 위한 사료를 먹이고, 농장 조경 등에도 신경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