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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업이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합이 시공자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결별을 선택하면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대형건설사들이 혈전을 벌일 예정이다.
결별 과정에서 갈등과 논란이 남아있는 만큼 법정공방도 벌어질 전망이다. 두 차례 대전을 앞둔 만큼 사업 재개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 관련 시공자 선정을 위한 건설사 간담회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8개사가 모두 참석했다.
조합이 현대산업개발과의 결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림산업,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으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삼성물산(이상 의향서 제출 순) 등은 조합이 시공사 교체를 결정하자 줄줄이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앞서 조합은 지난 7일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였던 현대산업개발의 자격을 취소하기로 결의했다. 또 새로운 시공업체를 선정해 수의계약하기로 의결했다.
이 단지는 과거 시공자 선정에서 세 차례나 유찰되는 등 대형건설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현대산업개발만 지속 입찰해 지난해 4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7월 시공사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특화설계안, 공사범위, 공사비 등을 주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갈등을 겪어왔다.
이 단지는 전용 72㎡·1490가구 규모로,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동, 2091가구로 다시 지어질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8087억원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중 결렬된 현대산업개발과 SK건설을 제외한 8개사가 모두 얼굴을 비친 만큼 '메이저 브랜드'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앞서 '아크로 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 '아크로 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을 지은 대림산업은 이번 사업의 시공권을 획득할 경우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강자'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대림산업은 2017년 도시정비사업에서 8000억원가량 수주에 그치면서 수주 순위도 8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2조2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따내면서 2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신반포14‧15차'를 재건축할 예정인 롯데건설은 기존 '롯데캐슬' 브랜드를 뛰어넘는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을 내세웠다.
롯데건설 측은 "지난해부터 최고의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며 "오는 4월 마감재부터 설계 등까지 최고급화해 강남을 위한 새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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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과 GS건설 간의 리턴매치 성사 여부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앞서 2017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사업을 따낸 만큼 3주구까지 확보하면 총 7479가구 규모의 '현대 타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욕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주구가 하반기 첫 삽을 뜰 예정"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새로운 '디에이치'를 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GS건설의 경우 1‧2‧4주구 시공자 선정 당시 현대건설과의 경합에서 밀렸던 설욕을 되갚아줄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공사비 2조6000억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사업지로 불리며 유례없는 수주전이 벌어진 바 있다.
2015년 12월 서울 서초구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3년여 만에 의사를 밝힌 삼성물산도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입찰에 응할 의사가 있는 시공사를 상대로 진행하는 현장설명회에도 2017년 5월 서초구 방배5구역 이후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인지도 높은 주택 브랜드 '래미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도시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주택사업 철수설', '브랜드 매각설' 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삼성물산 측은 "그동안 사업성 등 국내 재건축 사업 참여 여부를 꾸준히 검토하다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넘버원' 단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ENG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조성 이력을 강조했으며 대우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써밋'과 후분양제 도입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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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형사들이 앞 다퉈 수주전에 가세하는 데에는 정비사업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데다 향후 2~3년간 3주구 같은 대규모 수주 입찰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20조원 안팎으로 지난해 23조원보다 3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25조원에 비하면 2년새 약 20% 축소되는 셈이다.
특히 이 단지는 올해 시공자 선정이 예정된 서울 강남권 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강남구 대치쌍용1차, 서초구 방배삼익, 신반포18·19·21차 등이 시공자 선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업 규모가 1000억~3000억원대에 그친다. 범위를 서울 전역으로 넓혀도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3구역 재개발 사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정비사업 시장 한 관계자는 "과거 경쟁 입찰조차 성사되지 않아 수의계약을 진행했던 3주구가 최근 재건축 수주 가뭄을 대변하듯 대형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사업장으로 상황이 반전됐다"며 "해외사업 부진으로 정비사업 수주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형사들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사업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진행된다는 점도 대형사들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재건축 사업은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한 건설사가 공을 들이면 다른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 사업 역시 2017년 첫 입찰 때부터 현대산업개발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사업장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대형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에서 새롭게 입찰에 참여하려는 건설사가 기존부터 물밑 작업을 벌여온 건설사를 꺾으려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이 부담스러운 만큼 신중히 참여를 결정하기 마련"이라며 "입찰에 참여했다가 괜히 대규모 홍보비만 쓰고 들러리 역할만 하는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사업자도 현대산업개발 입지가 워낙 탄탄하다보니 아예 입찰을 고민하지 않았으나, 특정 건설사의 선점 효과가 사라진 만큼 대형사들이 앞 다퉈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이 사업장을 수주할 경우 강남권에서 시공자 선정 단계로 돌입하는 또 다른 알짜 단지 수주전에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대거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도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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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대산업개발과의 소송, 조합원간 분열 등 앞으로 반포3주구가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점에 이들 건설사들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조합의 결정에 불복하고 총회 성원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들어 즉각 총회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총회 전날인 6일까지 조합 이사회가 확인한 결과 서면결의서가 500장 정도였는데, 이튿날 600장 정도로 늘어났다"며 "관련법에 따르면 서면결의서는 총회 개최 전날까지 제출된 것만 인정되기 때문에 이후에 제출된 것은 무효이고, 서면결의 철회서를 제출한 사람도 있는데, 인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시총회 성원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총회의 결과를 당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총회효력정지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 역시 현대산업개발의 소송 제기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마찰을 빚어온 만큼 불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합 내홍도 만만찮다. 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부 조합원은 이번 임시총회를 이끈 최흥기 조합장의 해임 및 직무정지를 위한 임시총회를 오는 20일 열겠다고 발표했다. 만약 조합장 해임총회가 성원되면 새 조합장 선출과 기존 시공자 유지 여부 등 적잖은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소송과 조합 내부 문제로 한동안 사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종 입찰 여부는 내부적으로 더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