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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공공인프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유지 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단지 개발 및 생활형 SOC 투자에 대한 조기 집행도 진행된다. 정부가 '경제활력대책'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건설업계에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9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예타 면제 심사 결과가 반영된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논의한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예타 면제 대상을 확정하고,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는 20일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14개 시·도지사가 참석한 간담회에서 "예타 면제 사업이 늦어도 다음 주 초반에는 결정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한 몸이라는 생각으로 시·도지사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고 위기라고 해서 어려움과 부담이 많은데, 경제 활력을 되찾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경제 심리를 공유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24일 발표한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에서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기로 했다.
1999년 도입된 예타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정책적 의의와 경제성·효율성, 재원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나랏돈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을 해도 될지 말지 따져보는 '브레이크' 역할이다.
국가재정법을 보면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 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신규 사업은 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지역 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한다. 예타가 면제되면 중간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불만이 많았다. 경제성을 우선으로 평가하다보니 자금과 사람이 몰린 수도권이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은 예타를 면제받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재인 정부도 지방 부동산 하락, 경기 침체, 고용 부진이 계속되자 SOC에 대한 예타 면제를 통해 최근 줄고 있는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17개 시·도는 최종적으로 내륙철도, 고속도로 공항, 창업단지, 국립병원 등 대규모 SOC 사업 33건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예타 면제를 신청했다. 총 사업비만 61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광역별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17개 이상의 사업을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선정된 사업은 예타 없이 조기 착공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전 지역 경제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시급한 지역 인프라 사업에서는 예타를 면제하는 트랙을 시행하고 있다"며 "원활하게 균형 발전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은 인구가 많고 수요도 많아 예타가 수월하게 통과된다"며 "우리 정부 들어 경제성보다는 균형 발전에 배점을 많이 하도록 기준을 바꿨음에도 지역은 수요가 부족하다보니 번번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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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정대로 예타 면제를 추진한다면 지역에 풀리는 돈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형 호재를 맞는 셈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기본적으로 SOC는 일회성인 정부의 단기 일자리 대책보다는 파급 효과가 크다"며 "적어도 지금처럼 고용 침체와 경기 부진이라는 급한 불을 끄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SOC 뿐만 아니라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형 SOC에도 속도를 붙인다.
홍남기 부총리는 23일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올 상반기 5조7000억원의 SOC 투자를 조기 집행하고, 오는 3월 말까지 '생활 SOC 3개년 추진계획안'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생활 SOC사업에 1분기 3조원을, 상반기 5조7000억원을 집행한다. 생활 SOC사업의 투자 효과가 경제 활력으로 신속하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사업의 조기 집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생활 SOC는 대규모 토목 등 과거 SOC와 달리 국민 삶과 밀접한 시설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복지·문화·교육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여의도 면적의 2.4배(693㎡) 규모에 이르는 국유지를 개발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 2만2000호를 지을 예정이다. 창업·벤처기업 보육공간 등으로도 일부 활용한다. 스마트시티, 도시재생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 사업들과 연계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사업들을 통해 20208년까지 16조8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지고 37조원의 생산유발 및 20만5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의 수주 증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OC 투자로 민자사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주택 경기 둔화, 해외수주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이어지는 SOC투자 소식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대규모 예타 면제 프로젝트는 대형사에게, 생활 SOC에는 중견 또는 지역 업체에게 단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표대로 제대로 발주가 되고 사업이 진행된다면 개별 기업에는 인력 운용 등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여건이 될 것 같고, 나아가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올 상반기에 지방 재정의 신속 집행을 통해 SOC예산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고, 추후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있어 수주 감소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 부문 공사 발주를 주로 하던 건설업체 중에서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업체나 중소업체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규모 예타 면제와 관련 부정적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2009년 4대강 사업, 2010년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건설사업 등과 같이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29조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이번 면제에 따라 최대 42조원이 더해질 경우 문 정부의 예타 면제 규모는 이명박 정부 60조원, 박근혜 정부 23조원, 노무현 정부 1조원 등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경실련은 "문 정부가 '토건 정부'라고 비판한 이명박 정부보다 더 토건 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며 "예타는 국가 예산의 효율적 운영과 무분별한 토건사업에 따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지자체별 예타 면제를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예산 낭비의 책임과 처벌 규정을 정립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