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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광주형 일자리가 사실상 타결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30일 열린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낸 광주시는 현대차와의 최종 조율만을 남겨두고 있다.
노사민정이 합의를 이룬 만큼 현대차 역시 별다른 문제없이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 타결에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가장 큰 이견을 보였던 '임금 및 단체협상 유예' 조항 삽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광주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협약식에는 정부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협상안에는 광주시가 법인 자본금 7000억원 가운데 자기자본금(2800억원)의 21%(590억원)을, 현대자동차는 19%(530억원)를 신설할 법인에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초임 연봉 3500만원, 근로시간 주 44시간 등으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사항은 '임금 및 단체협상 유예' 삽입 여부였다. 지난 2017년 5월 광주시가 현대차에 광주형 일자리 참여를 요구하며, 삽입됐던 본 조항은 노동계의 반발에 삭제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광주시와 현대차가 최종합의 직전에 무산된 것도 이를 포함해 원안과 다른 몇가지 조항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임금 및 단체협상 유예 조항을 넣기로 합의하며 급물살을 탔다. 대신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법에 따른 노동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단서조항으로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광주시와 현대차는 안정적인 노사관계 정착을 위한 상생발전협의회 구성 방안, 선진 임금체계 도입, 적정 노동시간 구현과 인력 운영방안 등의 기존 조항도 포함하는데도 합의했다.
향후 현대차는 광주공장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신 주요 주주로서 제품 위탁생산과 함께 경영진 인선 등에는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에서는 현대차의 1000㏄ 미만 경형 SUV가 연간 10만대 규모로 생산된다. 현재 울산공장 등에서 생산하지 않고 있는 완전히 새로운 신차다.
일각에서는 경형차 생산에 대한 수익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잠정협의안이 원안에 가까운 만큼 사업성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기 전 사업성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봤다"며 "잠정합의안에 포함된 임금, 노동시간 등을 따져봤을 때 투자자 입장에서 타당성이 있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광주형 일자리는 합의를 앞두고 두차례나 무산되는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1일 광주시에 완성차 공장 투자 의향서를 제출하며 사실상 처음으로 이 사업에 참여를 현실화했다. 이때부터 현대차는 지역 노동계와 적정임금, 노동시간 등을 놓고 끝없는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지난해 6월 19일 투자협약식을 앞두고 결렬된 것도 노동계와의 쟁점에 대한 의견차 때문이었다.
지지부진하던 본 사업이 다시 한번 속도가 붙게 된 된 계기는 지난해 11월 광주시가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협약서를 토대로 ‘투자유치추진단’과 협상단을 꾸리면서다.
이후 협상단은 현대차 측과 접점을 찾아가면서 지난달 4일 현대차와 사실상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막판 단체협약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협상은 무산됐다.
이제 관건은 노조와의 갈등 해소다. 당장 현대차 노조는 금일 예정된 투자협약식 현장 시위를 예고하고 나섰다. 최종 합의 시에는 총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노조와의 진통은 쉽사리 사그러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사업 추진에 따른 임금 등의 하향 평준화다"며 "현대차는 투자자 입장에서만 움직일 예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향후 현대차 노조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적극 설득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형 일자리란 광주시와 현대차가 7000억원을 투입해 빛그린산업단지 내 62만 8000㎡ 부지에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 대 양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공장 설립 시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명, 간접 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2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용되는 근로자의 임금은 자동차업계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만 지급하는 대신 각종 후생 복지 비용으로 소득 부족분을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