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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상임금 항소심 선고가 이달 말 결정되는 가운데 향후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한다는 회사의 제안에도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1심에서 패소했던 항소심 선고가 이달 말 예정돼 있어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통상임금 항소심의 최후변론이 지난 13일 진행됐으며, 선고는 오는 22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회사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인정받느냐에 따라 달렸다. 신의칙 원칙이란 통상임금 범위확대가 임금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사측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1심에서 재판부는 기아차의 신의칙 적용 여부에 대해 인정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아차는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상당한 순이익을 거뒀으며 당기 순손실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측이 주장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할 정확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사 소송을 진행한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은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승소했다. 2심에서 신의칙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업계와 전문가들도 통상임금 관련 결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아차는 노사간의 임금협상에 성실하게 임해왔으며 상여금 지급 규정을 예전부터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운영해온 기업”이라며 “통상임금에서 패소할 경우 추가 임금부담이 커져 회사의 미래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고임금 때문”이라며 “고임금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생산 비중을 줄이고 해외 공장으로 이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는 완성차 업체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아차가 이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9777억원의 금액을 전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기아차는 지난 2017년 3분기에 패소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해 적자전환된 바 있다.
지난 1심에서 법원은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산정한 미지급 임금은 4224억원이다.
이와 별도로 기아차는 노조와의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말 노사가 참여한 통상임금특별위원회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상여금 600%를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2안은 상여금 750%를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의 통상임금 제시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통상임금 제시안은 단협을 훼손하고 오히려 임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사합의가 2월말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끝장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라고 엄포를 놨다.
회사가 노조의 의견의 요구를 받아들여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0.9% 오르고 유급휴일이 산정시간에 포함되면서, 상여금 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평균 연봉 9000만원이 넘는 기아차 직원들 중 일부가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기아차 직원들의 임금은 기존 대비 평균 20% 이상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포함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률이 반영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사측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향후 6개월 안에 임금 체계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처벌 유예기간 내 노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다.
결국 노조 입장에서는 시간을 끌수록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최준영 기아차 대표이사 부사장은 지난 11일 담화문을 통해 “기아차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직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통상임금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어 최 부사장은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하며 미래경쟁력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하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1575억원을 기록하며 표면상 전년대비 74.8%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2017년 통상임금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