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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기아차는 근로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22일 기아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근로자들에게 4224억원+α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중식비와 가족수당 등을 통상임금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지급금액은 1심보다 1억원 가량 줄었다.
지난 1심에서 법원은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산정한 미지급 임금은 4224억원으로 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차 임금분이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2차 임금분에 대해서도 1차와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금액은 아직 산정되지 않았으나 1차 임금분과 같은 기간인 점을 감안하면 4224억원의 두배 가량인 84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쟁점이 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인정되지 않았다. 신의칙 원칙이란 통상임금 범위확대가 임금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사측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사측이 재정적 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기아차는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업경영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아차는 영업이익 1조1575억원을 기록하며 이익률이 2.1%에 그쳤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결과에 유감을 표하며,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송과는 별도로 기아차 노사는 작년 9월부터 본회의 5회, 실무회의 9회 등 통상임금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자율협의를 통해 노사간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에 대해 재계도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이번 판결은 그동안 쌓아온 임금협상에 대한 신뢰를 무시하고 한쪽의 주장만 받아들여 기업에게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승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임금협상을 둘러싼 주변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신의칙 적용기준으로 삼는 것은 주관적·편파적인 판단에 기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고임금 문제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의 수당을 올려주면 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 악화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취지를 재검토해 상급 법원 역할에 맞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미국이 수입차 관세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환경 악화까지 겹칠 경우 회사 실적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향후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겠다는 사측의 제시안에도 노조가 반대하고 있어 추가 인건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기아차는 향후 6개월 안에 임금 체계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처벌 유예기간 내 노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다.
한편, 이날 선고 직후 강상호 기아차 지부장은 “세부 항목에서 일부 패소한 게 있지만 거의 1심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기아차는 2심 판결을 준용해서 체불임금 지급을 더이상 지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 김기덕 변호사는 “사측이 신의칙을 주장했으나 재판부가 다시 한번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사측은 판결에 따라 체불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