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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급 예정이었던 분양물량들이 연초로 밀려오면서 1분기 신규분양이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기존 부동산은 물론, 청약시장 분위기도 침체돼 물량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3월까지 전국에서 60개 단지, 5만506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올해 분양이 예정된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181가구에 비해 79.2%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2~3월 분양 물량은 △2015년 3만3708가구 △2016년 4만1586가구 △2017년 3만7862가구 △2018년 2만8181가구 등 평균 3만5334가구 규모로, 월등히 많은 물량이 대기 중인 셈이다.
지난해 청약제도 변경 등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승인이 밀리면서 연초 많은 양의 공급물량이 예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물량이 절반 이상이다. 경기도가 1만9597가구로 가장 많고 인천이 7013가구, 서울은 5073가구 등이다.
관건은 완판 여부인데, 최근 청약시장에 한기가 돌고 있어 흥행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주택자는 청약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도 선뜻 청약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분양경기실사지수(HSSI)를 보면 2월 전국 HSSI 전망치는 64.3으로, 1월에 비해 2.9p 하락했으며 서울 전망치 78.1의 경우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어가 분양 중에 있는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연구실장은 "기타 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서울시장에 대한 기대감 역시 약화되면서 분양사업 경기에 대한 침체 인식이 전국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예정됐던 분양물량이 연초에 일시적으로 집중될 수 있는 만큼 분양사업 추진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서울에서 1년여 만에 1순위 청약 미달 사례가 발생하면서 서울의 '청약 불패'가 깨졌다. 서울 1순위 청약 미달은 2017년 12월 구로구 '항동지구 우남퍼스트빌' 이후 13개월 만이다.
지난달 선보인 광진구 소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1순위 청약에서 전체 공급량 730가구의 10.1%인 74가구가 미달됐으며 이튿날 진행된 2순위에서도 완판되지 못한 채 청약일정을 마쳤다.
당시 전문가들은 '주변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입지 여부에 따라 '묻지마 청약'을 하던 수요자들의 행보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그간 서울 역세권이나 브랜드가 있는 매머드급 사업장은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하는 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중도금 대출이 어려운 수준의 높은 분양가와 중‧대형 면적이 다수 포진해 있던 점이 수요자를 끌어 모으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이 단지의 경우 고분양가가 청약 흥행 실패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시기적으로 분양시장이 위축된 것도 맞다"며 "수요자들이 청약에 신중해지면서 청약 열풍과 같은 과열 양상은 사그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나 집값 하락세와 매수세 위축 등 시장 불투명성이 확대되면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분양가와 입지에 따라 선별적으로 청약통장을 사용하려는 '옥석가리기'도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 동향지수(CSI)는 91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서울 역시 92로, 지난해 9월에 비해 45p나 내렸다. CSI가 100에 못 미치면 향후 집값 전망을 좋게 보기보다는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 올 초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879건으로, 2013년 1월 1196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전년 1만198건에 비해서는 81.5% 급감했다.
청약조건, 대출조건 강화로 청약 문을 두드리기가 어려워졌다는 현실론, 과잉공급과 집값 하락 사이에서 내 집 마련 시기에 신중해지는 관망론이 혼재되면서 분양시장의 미분양 이슈는 당분간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장재현 본부장은 "최근 개편된 청약제도가 무주택 실수요 중심으로 당첨 기회가 올라가면서 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사용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지난해보다 더욱 깐깐하게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양가에 따라, 입지에 따라 인기 있는 특정 단지로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