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이 지난해 임단협을 두고 노동조합과 간극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그간 국내 시장에서 쌓아왔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곧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지난해 한국지엠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타결을 위해 주중 2~3차례 실무진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 이견차가 큰 만큼,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2일 열린 14차 교섭에서도 노사는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노사 합의가 안되자, 신차 배정부터 삐걱대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 9월 부로 닛산의 로그 물량 생산이 끝난다. 후속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선, 임단협 타결은 필수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받아들일수 없다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이 로그 후속물량을 받아내지 못하면, 부산공장 가동률은 절반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구조조정은 물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까지 내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수출한 로그 물량은 10만7245대다. 이는 회사 전체 수출의 78%, 전체 판매량의 47%를 차지한다.
계속되는 노사 갈등에 그간 국내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위기에도 처했다. 회사 존폐가 확실치 않으면, 고객들은 불안한 마음에 자연스레 그 브랜드를 외면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한국지엠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 군산공장을 폐쇄한다 발표했다. 이후 국내 판매량은 뚝 떨어졌고,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이 발표한 판매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지엠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8% 감소한 46만2871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내수 판매는 9만3317대에 그치며, 29.5% 줄었다.
르노삼성은 올해 신차출시 계획이 없다. 다시 말해 기존 모델로만 판매를 이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신차 배정만큼이나 신뢰 회복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1월 판매실적을 통해서는 올 한해 녹록치 않음이 예고됐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판매는 전년 대비 37.3% 감소한 1만3693대에 그쳤다. 이 중 내수는 5174대로, 꼴찌 한국지엠(5053대)에 비해 120여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신차가 없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참으로 답답할 것"이라며 "신차 배정도 문제지만,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지면 올해 판매는 보나마나한 참담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 가다간 르노삼성 뿐만 아니라 협력사들 피해도 불 보듯 뻔하다"며 "지금이라도 서로가 한 걸음 양보해 위기 극복을 위해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