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근거 제시한 상법 모두 적용 가능…키는 법원에행동주의 펀드-대기업 정치·사회적 인식 변화도 관건업계 "전적으로 법원이 판단…주총 표대결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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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과 2대 주주 KCGI의 주주제안권 관련해 벌이고 있는 치열한 공방 결과가 상법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칼과 KCGI 양측간 논쟁의 핵심인 '소수주주권 행사기간 6개월'을 두고 각자의 상법 해석과 과거 판례가 엇갈리는 가운데, 결국 주주제안권 인정 기준에 대한 판단 키는 법원이 쥐게 됐다.

    기업과 사모펀드간의 이해충돌과 관련해 그동안 금융당국이 입장을 밝혀왔고, 정리를 주도해왔지만 이번 이슈는 '상법'에 대한 문제로 법무부, 즉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공방에 대한 판단은 법무부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소수주주권 행사기간에 대한 논란은 KCGI에 대해 한진칼 측이 "KCGI의 한진칼 지분 보유기간이 규정에 미달돼 주주제안 권리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부터 시작됐다.

    반면 KCGI 측은 "지분 보유 기간 6개월 이상 규정은 강제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모두 상법에 따른 정당한 주장이다.

    다만 특례조항의 해석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변수이자 이번 논란에 대한 판단의 핵심이다.

    우선 한진칼은 2009년 상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제542조의6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상장회사의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자만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이며 특히 '이 절은 이 장 다른 절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명시된 부분을 한진칼은 강조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석하면 한진칼의 주장대로 KCGI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상장사 특례요건에 따라 6개월 전부터 주식을 보유해야 가능하다.

    상장사에 대한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한 지분요건은 완화한 반면 '보유기간'에 대한 요건을 부가했다는 점에서 한진칼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반면 KCGI의 주장은 상법 제363조의 2를 기반으로 한다.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3%)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주총 예정일 6주 전에만 주주제안을 하면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는 KCGI의 주장과 같이 주식 보유기간은 6개월이 아닌 6주로 크게 줄어든다.

    특히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3 제5항은 상법 제366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주권상장법인 내지 협회등록법인의 주주는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3 제5항이 정하는 6월의 보유기간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 할지라도 상법 <제366조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 그에 기하여 주주총회소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례 '2003다41715 판결(주추총회결의 취소)'도 KCGI의 주장에 힘을 더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양측이 주장하는 각 조항과 판결은 각자에게 유리한 근거가 되지만, 양측 모두 법리적 근거에 따른 주장이기 때문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한진칼과 KCGI 간의 첨예한 대립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 법원의 판례를 보더라도 어느 한쪽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상장사 소수주주권에 대해 법원이 매번 다른 판결을 내려왔기 때문으로, 판례만으로는 소수주주인 KCGI의 손을 들어줄 수도, 기업인 한진칼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가장 최근 판례는 지난 2015년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 건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서울고등 법원은 엘리엇의 주장이 상법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상장회사 특례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특례규정만 적용되고 일반 규정은 적용이 배제된다"며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다만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판례를 이번 KCGI와 한진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권이 교체됐고,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 간의 정치적·사회적 인식과 특히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2015년에 비해 상당부분 바뀌고 있어 변수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엘리엇의 공방 당시와 지금은 전혀 다른 정권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여기에 대주주의 사회적·도덕적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판례, 법리적인 해석과 판단을 전망하고 분석하기에는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KCGI측은 한진칼과 한진의 주주명부를 확보하게 되면서, 소액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전일 한진칼은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허용했다고 공시했다.

    한진도 유한회사 엔케이앤코홀딩스가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허용했다고 별도로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와 엔케이앤코홀딩스는 사모펀드 KCGI가 만든 KCGI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한진칼에 대해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28.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그레이스홀딩스는 10.81%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한진에 대해서는 한진칼과 특수관계인이 33.13%, 앤케이앤코홀딩스ㆍ타코마앤코홀딩스ㆍ그레이스앤그레이스가 8.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달 주총 표대결에서 한진칼과 한진이 유리하지만 KCGI는 5%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된 만큼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향방에 따라 결과는 바뀔 수 있다.

    KCGI는 이미 지난 7일 한진칼과 한진 이사회에 전자투표 실시를 제안했다.

    주총 전자투표는 주주가 직접 주총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보유주식수 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KCGI 측은 주총에서 표대결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고, 한진칼 역시 전자투표 도입과 관련해 한국예탁결제원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전자투표의 활용 방법에 대해 문의를 해왔지만 아직 한진칼 측과 전자투표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