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자금조달 부담 감소… HUG, 자발적 참여 독려 나서공정 60~70% 수준서 분양… 수분양자 '알 권리' 보장 미흡 지적도
  • ▲ 자료사진. '대구 금호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내. ⓒ서희건설
    ▲ 자료사진. '대구 금호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내. ⓒ서희건설

    정부의 후분양제 로드맵 발표 이후 8개월 만에 첫 보증사업지가 나왔다. 보증을 맡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번 사업을 '불쏘시개' 삼아 자발적 후분양제 참여를 적극 장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후분양제도에 대해 미분양 리스크 등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26일 HUG에 따르면 최근 준공 후 전체 가구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 주택사업비조달을 지원하는 '후분양대출보증'이 최초 승인됐다.

    본 보증 상품은 주택사업자가 주택의 일부나 전부를 공정률 60% 이상이 되는 시점 이후 분양하는 사업에 대해 주택건설자금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보증이다.

    이번 보증이 승인된 경기 평택시 칠원동 '평택 신촌지구 A3블록 사업'은 전체 아파트 1134가구를 준공 후인 2021년 8월 분양하게 되며 후분양대출보증을 통해 총 분양대금의 70%가량을 조달했다. 시행자는 아뮤티 유한회사이며 시공은 동문건설이 맡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장기주거종합계획을 통해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후분양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아파트 하자 분쟁을 줄이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후분양제가 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후분양제 도입시 입주 후 매매차익을 기대하고 무리한 청약에 나서는 사례가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후분양제 도입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자금조달 문제 때문이었다. 건설자금의 60% 이상을 PF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후분양 주택사업은 사업자의 높은 금리(6~10%) 부담으로 그간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HUG가 자금조달을 일부 지원하면서 이러한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본 보증상품을 통해 금리를 3.5~4% 수준으로 낮춰 자금조달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본 보증은 총 사업비의 5% 이상을 자기자금으로 투입한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계획승인(건축허가 포함)을 받은 입주자 모집 전(前) 사업장을 위한 것이다.

    또한 HUG는 지난해 9월 보증대상(총 가구의 60→100%)과 한도(가구별 분양가 60~70% 차등→70%로 일원화)를 확대했다. 금리 부담을 낮추고자 후분양 표준PF 금융기관을 선정하는 등 민간 후분양 활성화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이재광 HUG 사장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후분양대출보증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후분양대출보증으로 민간 부문의 자발적 후분양 참여를 적극 장려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로 후분양제가 활성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자금조달은 후분양제 도입 요건의 일부일 뿐 주택사업자에게는 후분양제 도입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도 후분양제가 달갑지 않다. 분양시점에서 미분양이 다수 발생한다면 선투입된 자금으로 인한 금융비용까지 더해져 사업 손실이 불어난다. 미분양 리스크가 크고, 이로 인해 인해 분양 완판에 대한 확신이 없는 만큼 사업주체 입장에서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주택사업자가 후분양제를 선택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자금조달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해결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면서도 "후분양제의 경우 1~2년 뒤 시장을 예측해야 하는 만큼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사업을 쉽게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분양제는 현재 부동산시장이 좋으면 분양이 잘 되기 때문에 사업자 리스크가 크지 않지만, 후분양제는 가격 결정 구조 하에서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있다"며 "다만 소비자의 알 권리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건설사들이 후분양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도 "선분양 방식이 초래한 주택시장의 불안요인 가중, 구조적 수급불균형 야기,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파생되는 소비자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후분양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대형 사업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이 잘 못 될 경우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을 정도로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주택사업자들은 현 선분양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협회 관계자 역시 "후분양이 주택을 취득하는 수요자에게는 좋은 제도이지만, 사업주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이 큰 만큼 요즘과 같은 침체기에는 현실적으로 후분양을 검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후분양제 활성화 이전에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후분양대출보증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하자는 창호와 가구, 도배와 잡공사 등이지만 이런 부분의 정상시공 여부를 60~70% 공정기준에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정수준 60%선에서 후분양을 실시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후분양제를 활성화시킨다고 하더라도 분양시점의 가격과 입주시점의 가격 차이를 줄인다는 정도의 의미 밖에 없다"며 "본래 후분양제가 갖고 있는 목적인 '건축물의 품질 담보'가 소비자 공급 측면에서는 일부 미흡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