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 배송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저임금 여파 등으로 인해 물류 서비스의 핵심인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체들은 반대로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선 것이다. 배송 시스템 구축과 가동에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지만, 업체들은 새벽·당일배송 등 배송서비스를 앞다퉈 런칭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 배송 시장 규모가 2015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약 40배가량 성장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의 배송 서비스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기존 공산품을 대상으로 하던 배송 서비스가 신선 제품 등을 대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1인 가구·맞벌이 증가세에 힘입어 새벽 배송 시장이 성장했고, 식품 분야 온라인 시장 확대가 이뤄지면서 당일·익일배송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새벽 배송 시장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마켓컬리는 최근 온라인 클렌즈 주스 브랜드 ‘콜린스그린’의 착즙 주스를 제공하며 신선 제품 확장에 나섰다. 마켓컬리는 전날 늦게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 1~7시 사이에 배송하는 샛별 배송 시스템을 통해 매일 장보기가 어려운 직장인, 1인 가구, 워킹맘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콜린스그린의 착즙 주스는 만들어진 후 실온에 노출되지 않고 12시간 이내 집 앞까지 배송되는 100% 콜드 체인 시스템인 ‘샛별배송’을 통해 배송된다.
동원F&B가 운영하는 식품 전문 온라인몰 '동원몰'은 새벽배송 서비스 ‘밴드프레시’를 론칭했다. 밴드프레시는 전날 오후 5시까지 주문한 제품에 대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다. 수도권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3만원 이상 주문 건에 한해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한다. 밴드프레시 품목은 ‘덴마크’ 브랜드의 프리미엄 유제품들과 양반죽, 개성 왕만두 등 동원F&B 제품들을 비롯해 시리얼, 스프, 닭가슴살 등 간편한 아침 대용식 제품 등 200여 종의 다양한 식품으로 구성됐다. -
동원몰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식품을 소량 구입해 소비하는 트렌드가 형성됨에 따라 2015년 1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지난해 4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며 “동원몰은 국내 1등 식품 전문 온라인몰로서 고객들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밴드프레시’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전했다.
또한 현대홈쇼핑이 당일배송 서비스 지역을 지방 소재 17개시까지 확대하면서 홈쇼핑 업계의 배송 강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에 서울 및 인천광역시․수도권(13개시)에 당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했고, 지난해 지방 5대 광역시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현대홈쇼핑의 당일배송 서비스는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 25분까지 진행되는 방송상품을 주문하면 저녁 8시 이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홈쇼핑 업계에서 당일배송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통 홈쇼핑에서 방송 상품을 주문하면 1~2일 정도 배송시간이 소요된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당일배송 가능 지역은 강원권, 영남권,충청권, 호남권 등 총 17개시다. 아울러 현대홈쇼핑은 당일배송이 가능한 상품수를 확대하기 위해 오전(6시~9시25분)에 방송되는 상품을 현대홈쇼핑 군포물류센터에서 먼저 입고시키고, 전용 차량과 직원을 확대하는 등 물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지방 주요 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함에 따라, 매월 5만명의 고객들이 당일배송 서비스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며 “택배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당일배송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고객 니즈에 맞춘 다양한 배송 서비스도 선보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이 익일배송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실시, 가구업계에도 본격적인 배송 경쟁이 시작됐다.
한샘은 지난 25일부터 베스트셀러 ‘샘’, ‘샘키즈’ 베스트모델을 대상으로 익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샘은 고객 편의를 위해 기존 4일이던 배송기간을 하루로 줄였다. 오늘 오후 2시 전에 주문하면 내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배송 대상 지역은 수도권부터 시작해 점차 전국으로 확대해 갈 계획이다.
한샘몰 관계자는 "최근 유통가에서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익일배송, 새벽배송 등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책과, 기저귀 등 살림살이가 배송되자마자 정리가 가능하도록 한샘 역시 홈인테리어 업계 최초로 샘, 샘키즈 ‘내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
문제는 이 같은 배송산업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까지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인 배송산업은 인프라가 구축되고 유통망이 확대되면 효율성이 높아져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다. 특히 최근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며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근 국내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박스당 단가를 100원가량 올리기로 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해 택배 물량이 늘어났지만, 인건비 상승과 대비해 단가는 오르지 않아 택배업체들의 수익성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택배 대리점주 연합법인인 드림택배는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대형택배사들의 가격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8월 출범한 지 1년도 안 돼 문을 닫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 비용 부담까지 감수해가며 유통업체들이 배송 서비스 강화에 뛰어든 이유는 쇼핑에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최근 업계 내에서 배송 서비스는 '필수'다. 외식 시장 역시 배달, 포장 트렌드에 맞춰 메뉴 등에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특히 기존 택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들이 자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선 이유는 배송 시장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 등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업계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이 느낄 투자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일단 적자를 보더라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은 다음에 배송 시스템이 구축된 후에 관련 비용을 절감해 손해보전에 나서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가진 업체와 협업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배송 서비스를 단기가 아닌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 있는 업체라면 최대한 빨리 투자해서 투자 기간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이미 배송 서비스가 구축된 신선식품 배송 전문 기업은 상황이 낫다.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EATS ON)'을 론칭한 이후, 아침 대용식으로 반조리 간편식 밀키트(Meal kit) 메뉴를 선보이며 간편식 일일 배송 시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밀키트 제품은 30여 종에 달한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지난해 ‘잇츠온’ 판매량은 345만개로 하루 평균 약 1만개 가량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셰프들의 노하우가 담긴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브랜드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풀무원녹즙 역시 전국에 퍼져있는 약 400여개의 가맹점과 1600여명의 배송 사원인 모닝스텝을 통해 건강 음료뿐 아니라 풀무원의 특허 기술을 적용한 프로바이오틱스 음료, 칼로리 조절식, 이유식 등 다양한 제품을 일일배송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일평균 약 20만 명이 마시는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지난 5년(2013~2018)간 연평균 7.5%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제품 1개만 구입해도 별도 배송비 없이 정기적으로 매일 아침 받을 수 있고, 자택뿐 아니라 회사 사무실 등 원하는 장소로 매일 배송을 해주기 때문에 배송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정희 풀무원녹즙 마케팅 팀장은 “최근 새벽 배송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일일 배송 서비스는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라며 “풀무원녹즙은 국내 녹즙 시장 내 최대 규모의 유통망을 활용해 앞으로 고객들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일일배송 서비스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