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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본색' 엘리엇, 8조 배당 요구… 기관투자자들 절레절레

현대차 5조8000억-모비스 2조5000억 등 사외이사 추천 등 취약한 지배구조 파고들며 경영간섭 시도

입력 2019-02-27 11:27 | 수정 2019-02-27 13:45

▲ ⓒ뉴데일리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터무니 없는 주주제안을 했다. 현대차 지분 3.0%와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엘리엇이 양사에 총 8조3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을 향해 칼끝을 겨누면서 투기자본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지배구조 대비에 주의가 요구된다. 아울러 투기자본의 터무니없는 요구와 무분별한 경영간섭을 최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자동차 업체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 것이 기업가치 개선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을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윤 본부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배당을 일시적으로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장기적인 기관투자자들은 쉽게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엘리엇의 이같은 무리한 요구가 시장에서 통하지 않으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향후 엘리엇 방어에 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리한 요구에 기관투자자들이 오히려 등을 돌려, 엘리엇이 고립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엘리엇이 투자이익 극대화를 위해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며 “계속 귀찮게 경영간섭을 하면서 실리를 취할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을 집요하게 공략할 것”이라며 “현재로써는 특별한 대책 마련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IB업계에서도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에 의문을 제기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분을 투자해놓고 회사에 이익 범위를 넘어서는 배당을 하라는 요구가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시장이 올바로 판단할 것”이라며 “엘리엇이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해외 투기자본에 대해서 법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다”며 “먹튀나 국부유출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엇이 현대차에 불만을 갖고 있는 외부세력을 포섭해 주총에 나올 경우 대세에 지장은 없지만, 현대차 입장에서는 적잖은 스크래치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우호세력 결집과 배당금 상향, 지배구조 개선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주가와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기업가치 개선은 제한적”이라며 “하지만 엘리엇과의 주총 지분경쟁 속에서 높아진 주주가치를 인정하고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해 공정한 지배구조 개편안 제시를 목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요구는 주가에 긍정적이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내달 22일 열리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주총에 앞서 엘리엇은 주주제안을 했다.

우선 엘리엇은 현대차에 대해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제안했다. 배당총액이 약 4조5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이는 지난 5년간 현대차의 배당총액을 상회한다. 우선주 배당금까지 합치면 약 5조8000억원이 된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순이익 1조6450억원보다 3.5배 수준이다.

또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우선주 1주당 2만6449원 등 약 2조5000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이 역시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당기순이익 1조8882억원의 1.3배에 해당된다.

업계에서는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본 엘리엇이 주주 환원 등을 요구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이 양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한 지난해 4월 이후 현재까지 약 34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의 터무니없는 주주제안을 거부했다.

현대차 측은 “이같은 요구는 회사의 투자 확대 필요성 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측도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며 “중장기 투자계획과 현금운용계획에 기반한 배당 및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일시적 배당액 요구에 응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엘리엇은 사외이사 추천도 제안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 3명을 제안했다.

현대모비스에도 로버트 앨런 크루제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등 2명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안건을 제안했다.

이 역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거부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선임케 한 뒤, 지속적으로 경영간섭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준비한 안이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 제고는 물론 기업의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보다 경쟁력 있는 안이라는 점을 주총 전까지 적극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대준 기자 ppoki99@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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